“라파 공격하면 무기 지원 끊겠다”… 바이든, 네타냐후에 최종 경고

입력
2024.05.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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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인터뷰서 미국 폭탄 용도 인정
피란민 대량 희생 임박에 입장 선회
선적 보류 중… 지속되면 관계 ‘위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피란민이 대거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 도심에 진격할 경우 폭탄 등 공격용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 전쟁이 발발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대(對)이스라엘 무기 공급 중단 방침을 공언한 것은 처음이다.

‘레드라인’은 밀집 지역 진입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이스라엘)이 라파로 들어간다면 그들이 지금껏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써 왔던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 밀집 지역으로 진입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비비(네타냐후 총리 별명)와 전시 내각에 명확히 했다”고 부연했다. CNN은 “이스라엘에 보내는 무기를 제한하라는 거센 압박에 저항하던 바이든 대통령이 100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대피해 있는 라파에 침공이 임박해 오자 계산을 바꾼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는 최후통첩 성격이다. 미국은 이미 한 차례 폭탄 수송 보류로 1차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상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나와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터 민간인 보호 대책이 없는 한 대규모 라파 공격을 개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 왔다”며 “상황을 평가한 뒤 고(高)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선적되지 않은 폭탄 규모는 2,000파운드(약 900㎏)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폭탄 1,700개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언돔 등 방어 무기는 예외”

맹방인 양국 관계는 기로에 섰다. 당장 파국으로 치달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일단 미국이 각오한 눈치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공무기체계 아이언돔 유지 등을 위한 방어 무기 지원은 중단할 의사가 없다고 CNN에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수송 중단과 관련해 “미국의 장기적인 대이스라엘 안보 공약과는 별개의 단기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반대해 전투기와 탄약 지원을 중단한 적이 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때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스라엘이 라파 진격을 강행하느냐가 관건이다. CNN은 이스라엘 병력 중 일부가 라파 국경검문소 출입구에서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 쪽으로 1마일(약 1.6㎞) 이상 침투해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라파의 일부 건물을 불도저 등 중장비로 밀어내고 군용 차량 집결지로 만들려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폭탄 수송 중단 사실을 거론하며 “그 폭탄에 의해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살해됐다”고 말했다. 가자 민간인 희생에 미국이 연루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피해가 더 늘면 입장이 난처해진다. 미국 정치 위험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미 뉴욕타임스에 “양국 관계 기반이 단단하지만 무기 지원이 더 미뤄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또 대선 결과 불복할 것”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11월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당시처럼 이번 대선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담하는데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