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이 메신저 '라인(LINE)' 운영사 라인야후에 이례적인 행정지도를 내린 배경에는 '위탁업체 한국 네이버에 대한 관리 문제'가 있었다고 9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총무성이 라인야후 측 대응에 분노했고,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관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본 관계 재검토'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요구대로 지분이 조정되더라도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기술 격차가 여전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이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 이유는 라인야후가 위탁처인 네이버에 대해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라인야후의 대주주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다. 사실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셈이다. 네이버는 2011년 라인을 선보이며 13년간 사업을 키워 일본인 9,6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만든 주역이다. 네이버의 기술력이 라인야후의 성장을 이끈 만큼, 라인야후는 라인 운영 시스템을 네이버에 위탁해 왔다.
그러나 네이버가 대주주인 탓에 라인야후의 위탁업체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총무성의 주장이다. 아사히는 "총무성은 위탁업체가 대주주인 경우 정보 관리 강화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네이버와 라인야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물론,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압박한 이유"라고 전했다.
총무성이 자본 관계 재검토라는 이례적인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고 평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라인야후에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지난 3월 5일과 지난달 16일 두 차례에 걸쳐 통신의 비밀보호 및 사이버 보안 확보를 위한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는 3월 행정지도를 받고 '네이버 측과 네트워크를 완전히 분리하는 데 2년 이상 걸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총무성은 보안 강화 대책을 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안전 관리 대책에 대한 구체성이 없어 (라인야후가) 총무성을 분노하게 했다"며 "총무성 간부가 '(라인야후는) 사태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라인야후는 일본 정부의 압박에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2023회계연도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 지분 조정에 대해 "소프트뱅크가 (지분의) 과반을 확보하는 것이 대전제로, 네이버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술 위탁 관계도 종료해 '기술 협력 관계'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라인에서 네이버 지우기'로, 네이버의 대주주 지위를 뺏어 오겠다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라인야후가 네이버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라인야후가 단기간에 네이버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디지털 정책 전문가인 사토 이치로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는 아사히에 "라인야후가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네이버와의 기술력 격차가 커 1, 2년 안에 메울 수 없다"며 "(지분을 조정해도) 네이버에 의존하는 구도는 당분간 바꾸기 어렵고,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지분 조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라인야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 일정 부분을 추가 취득하는 안이 거론된다"며 "(지분 조정의) 향방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에서 완전한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실제 지분 매각 여부와 가격 등을 두고 장기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