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에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세우려다 무산된 유명 무슬림 유튜버가 불법 모금 논란에 휩싸였다. 이 유튜버는 사원 건립 명목으로 기부금을 불법 모집하고 횡령한 혐의로 8일 경찰에 고발됐다. 그는 과거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때도 모금을 한 뒤 일부만 송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내 무슬림 사회는 불법 모금 논란이 확산하면서 무슬림 혐오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논란은 55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무슬림 유튜버 A씨가 지난달 인천 영종도에 이슬람 사원을 짓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그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채널에 "여러분의 도움으로 인천에 마스지드(Masjid·이슬람 사원 모스크를 뜻하는 아랍어)를 건설할 토지 계약을 체결했다"며 완공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요청했다. 국내외 무슬림들은 "나중에 꼭 방문하겠다"며 그의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전달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 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 모집·사용 계획서를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사원 건설을 위한 대규모 모금을 하면서도 A씨는 지자체에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 건립도 무산됐다. 애초 A씨가 구입한 필지는 종교시설이 들어서기 어려운 곳이었다. 인천 중구에 따르면 종교집회장 건립 허가를 위해선 폭 4m 이상 진입 도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주변 환경상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곳은 자연녹지 지역으로 건폐율 20%, 용적률 최대 80%에 불과하다. 허가가 나도 소규모 건축물의 건설만 가능하다. 사원 건립이 불가능한 데다 해당 부지 전 주인이 지역사회 반발로 매매 계약 취소를 요구하면서 A씨는 협의하에 계약을 취소했다.
모스크 건립이 무산되자 모금 논란은 확산했다. 일부 무슬림들은 "우리의 신앙심을 돈벌이에 악용한 것 아니냐" "정말 사원을 지으려던 게 맞냐"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도 공지를 통해 "중앙회 소속 이슬람 성원들은 모두 교단 이름으로 등록돼 있으며 개인 명의 성원 등록, 모금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A씨의 모금은 본 교단과 무관한 개인 활동"이라고 경계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사원 건립 명목으로 모금한 A씨를 상대로 사기, 횡령,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8일 고발장이 접수됐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합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모은 혐의 등을 받는다.
인천 모스크 건립을 이유로 A씨가 받은 기부금은 수억 원대로 추정된다. A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1억8,000만 원 정도를 모았다"고 밝혔다. A씨에게 30달러를 보냈다는 한 말레이시아 국적의 무슬림은 송금 내역을 첨부하며 "한국 상황을 잘 몰라서 (A씨가) 마스지드를 짓는다길래 돈을 보냈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금도 A씨의 SNS엔 기부금용 개인 계좌가 올라와 있다.
A씨의 불법 모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그는 대구 이슬람 사원 건설이 추진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부금을 받았다.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에 따르면 2022년 11월 A씨는 이들과 인터뷰를 하고 사원 건설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팔로어들이 한국의 은행 계좌로 기부를 하긴 어려우니 대신 받아 송금해주겠다"고 했다. 이들이 동의하자 A씨는 SNS에 무슬림 커뮤니티 계좌와 함께 본인 계좌를 공개하고 기부금을 받았다.
A씨는 이듬해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여러분 덕분에 (대구와 서울 모스크 건설에 필요한) 5만 달러(약 6,800만 원)를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에 전달한 기부금은 9일 기준 290만 원이 전부다. 총 모금액과 기부자 목록도 공개한 적 없다.
다만 A씨는 본보 통화에서 "대구 모스크 건립 명목으로 받은 기부금은 전부 돌려준 게 맞다"며 "계좌에 사적인 거래 내역과 모금 내역이 섞여 있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인천 모스크 건립 관련 기부금은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적 없다. 관련 계획은 조만간 유튜브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내 무슬림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슬람교에 대한 인식이 악화할까 우려가 크다. 과거 이슬람 시설 설치와 관련한 논란이 무슬림 혐오로 번진 선례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무슬림들이 A씨와 모의해 불법 사원을 지으려 했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사회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22년 대구 이슬람 사원 추진 때도 주민들이 공사장 앞에 돼지 머리를 내걸고 "이슬람은 악마다" "테러리스트는 떠나라" 등 원색적 비난을 하며 반대 시위를 했다. 강원 강릉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를 지을 때도 인근 주민들이 무슬림을 겨냥해 "(지원 센터 때문에) 이슬람 이주민 인구가 증가하면 극심한 갈등과 테러가 생길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구 이슬람 사원을 추진 중인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 대표 무아즈 라작(28)은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있는 걸 알지만 어느 집단에나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한국 법에 따라 최대한 (건립을) 투명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종 7년 차 무슬림 김진우(교명 마히어·44)씨도 "(이슬람) 성원이 더 있으면 좋겠지만, 합법 절차를 밟는 건 당연하다는 게 국내 무슬림 커뮤니티의 생각"이라면서 "이번 일로 인식 악화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