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검문소 틀어막히자… "가자 남부 병원 운영, 사흘 남았다"

입력
2024.05.09 09:36
이스라엘 구호 차단에 인도적 위기 고조
WHO "의료시설 연료, 단 사흘분 남았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국경검문소를 점령하고 구호품 전달을 차단하면서 가자지구 남부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현지 병원도 연료 부족으로 앞으로 사흘만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한 구호품 반입이 틀어막히면서 현지 병원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를 통해 "국경 통제로 인해 가자지구로 연료를 반입하지 못하고 있다. 연료가 없으면 모든 인도주의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며 "가자지구 남부 병원에서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연료는 사흘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또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은 충분한 음식과 위생품, 의료 서비스 없이 열악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접근하려는 우리의 능력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전날 라파의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했다. 이집트 국경과 접한 이곳은 가자지구에 국제사회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핵심 통로였지만, 이스라엘 점령으로 사실상 구호품 보급이 끊겼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 명 중 140만 명 이상이 밀집해 있어 의료기관이 마비되면 사상자가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의료 서비스가 중단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엔인구기금(UNFPA)은 라파의 주요 산부인과 병원인 알헬랄 알에미라티 병원이 환자를 더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곳은 하루 85명가량의 산모들이 아기를 낳아온 병원으로, 가자지구 하루 평균 출생아수 180명 중 절반 가까운 출산을 도왔다. 로이터는 "라파의 여성들이 분만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어디 있는지 당장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WP는 "이스라엘이 라파 국경을 점령하고 폐쇄한 이후 가자지구의 식량, 연료 및 기본 공급품이 위험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구호단체들은 말한다"며 "이는 이미 재앙적인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