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섹시하다"는 독서광 신인류의 등장이 반갑다

입력
2024.05.10 14:30
10면

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독서는 섹시하다."

지난 2월 영국 가디언은 도발적인 제목으로 "Z세대가 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에 종이책을 읽는 유행이 퍼지면서 지난해 영국에서만 6억6,900만권의 책이 팔렸다는 내용이었죠. 역대 최고 수준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국내 Z세대에도 독서는 이미 '힙한 문화'입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성인 독서율 43%(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라는 숫자가 무색하게도 지난해 20대의 도서 구매 증가율은 5년 전 대비 41.5%(인터넷 서점 예스24 조사)가 늘었다고 하니까요. 1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인데, 구매력이 가장 높은 40대 증가율(38.6%)보다도 높다고 합니다.

인터넷 없는 세상을 겪어본 적 없는 첫 세대여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도 불리는 신인류는 왜 종이책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걸까요. Z세대의 독서 붐은 모든 유행이 그렇듯 셀럽(유명인)과 인플루언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 지대합니다. 지난해 20대 독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모순', '구의 증명', '인간 실격' 같은 소설은 하나같이 아이돌이나 유튜버의 추천으로 역주행한 책들입니다. 지금도 소셜미디어에 독서광으로 통하는 아이돌 멤버의 독서 리스트가 공개될 때마다 화젯거리가 되곤 하죠.

이런 현상을 '보여주기식 독서'로 폄하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유명인의 책을 따라 구매하는 것이 '과시용 취미'가 됐을 뿐 정작 책을 읽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그렇다고 독서 문화를 가볍게만 볼 순 없습니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 태생인 이들 세대가 스마트폰 강박에 사로잡혀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아날로그 세대보다 독서를 쉽고 재밌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문명은 놀이라는 틈바구니의 시간에서 발전했다"는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의 권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목적 없이 즐기는 독서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습니다. 독서 인구 절멸을 걱정하는 시대에 독서를 가장 재밌고 힙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신인류의 등장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바입니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