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에 저용량 호르몬 요법 효과적

입력
2024.05.08 20:06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에 저용량 호르몬 요법이 효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동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김남경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은 124명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자궁내막증식증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불균형으로 발병한다. 자궁 내막이 에스트로겐에 대해 반대 작용을 하는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에만 지속적으로 과다 노출되면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두꺼워지는 게 주원인이다.

일반적으로 비정상세포가 존재하는 정도와 종양이 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에 따라 정형 자궁내막증식증과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으로 나뉜다.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은 자궁내막암이 동반되거나 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자궁절제술이다. 그러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일반적인 약물치료와 자궁 내 삽입해 호르몬을 분비하는 시스템(LNG-IUD) 등이 사용된다.

다만 약물 치료의 경우 아직 최적 용량에 대한 지침이 확립되지 않아 다양한 용량이 사용되고 있는 상태로, 저용량은 치료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 고용량은 혈전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용량에 따른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하는 임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국내 산부인과 종양 임상연구 네트워크인 대한부인종양연구회의 연구계획 승인을 받아 2011~2020년 국내 5개 의료기관에서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은 124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치료 효과와 재발률 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저용량과 고용량 약물 치료 효과는 차이가 없었으며 부작용도 매우 적었다. 또 약물 치료 등으로 종양이 사라진 후 임신 시도 시까지 저용량 약물이나 자궁 내 시스템을 사용해 유지 치료를 하는 게 재발률을 유의하게 낮춘다는 점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저용량 호르몬 요법을 통해서도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김기동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 환자에 대한 표준화된 치료지침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은 자궁내막암이 동반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해야 하며 종양이 사라진 후에도 임신 시도 시까지 유지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부인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산부인과 종양학(Gynecologic Oncology)’에 최근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