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수습을 위해 취임한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상황 인식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수도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이번 총선 전체 유효득표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5.4%포인트 뒤진 사실을 거론하며 외연 확장보다 보수 결집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든 당세를 감안할 때 정확한 진단이냐는 이유에서다. 실제 중도층 표심이 중요한 수도권 표심은 최근 치러진 총선 때마다 국민의힘에 점점 불리해지고 있는 추세다.
황 비대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연신 보수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보수 가치를 공고히 하고 분명히 한 다음에, 중도 그리고 진보 쪽도 우리가 설득을 해서 논리가 맞다는 걸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회에 우리가 지켜야 할 보수 가치에 대해 확실히 해놓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당면 과제인 전당대회 룰 변경이나 중도 외연 확장보다 보수 결집에 비중을 두는 모양새다. 물론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이 선제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 참패를 비롯해 작금의 국민의힘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에 적절한 선택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당장 황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5%포인트 격차만 해도 일종의 착시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254개 지역구에서 1,317만9,769표(45.1%)를 얻어 1,475만8,083표(50.5%)를 얻은 민주당보다 157만8,314표(5.4%포인트) 뒤졌다. 비슷한 주장은 선거 직후에도 나왔다. '친윤석열계' 박수영 의원도 지난달 선거 직후 "참패는 했지만 득표율 격차는 5.4%포인트로 줄었다. 뚜벅뚜벅 전략, 또는 가랑비 전략으로 3%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하지만 현재의 선거제 아래에서 결정적으로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 상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역구 전체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걸린 서울·인천·경기의 득표율 차이는 19대 총선 때부터 국민의힘에 불리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역대 총선 개표 결과를 집계한 결과,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0.9%포인트(9만9,583표) 앞섰는데, 이 차이는 이번 총선에서 9.2%포인트(138만5,281표)까지 벌어졌다. 야권 분열 상태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선 3.5%포인트(42만1,240표)였고, 21대 총선에선 12.5%포인트(179만293표) 차이였다. 다소간 등락에도 수도권의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득표율 차이는 완연하게 벌어지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묶여 있는 수도권 인사들 입장에서는 황 비대위원장의 인식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윤상현(5선 · 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전날 "혁신을 화두로 던져야 한다. 보수 정체성 강화라고 하면 어감상 잘못 받아들여진다"며 "수구 보수라는 생각이 들고, 아스팔트 보수만 생각나지 않나"라고 황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수도권 3040 당협위원장 모임 첫목회의 간사 이재영 전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유권자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한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황 비대위원장이 말한 보수의 강화는 자칫 국민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시대에 맞게끔 보수의 변화를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