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4’가 관객 1,0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 3편에 이어 세 번째 1,000만 관객 기록이다. 국내 시리즈 영화로는 최초다. 주연배우 마동석은 명실상부한 '한국 영화 흥행 왕' 자리에 앉게 됐다. 마동석은 새 기록을 쓰게 됐으나, '범죄도시4'가 상영관을 90% 가까이 독점한 상태에서 쓴 기록이라 오히려 한국 영화계의 병폐가 드러났다는 쓴 목소리가 따르기도 한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범죄도시4’는 7일까지 관객 871만 명을 모았다. 흥행 추세를 감안했을 때 이르면 12일 1,000만 고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개봉한 영화로는 ‘파묘’에 이어 두 번째다. ‘범죄도시2’(2022)는 1,269만 명을, ‘범죄도시3’(2023)는 1,068만 명을 각각 기록했다.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면 국내 시리즈 영화 최초 ‘트리플 1,000만’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외화로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유일하게 세 차례 관객 1,000만 명을 불러모았다. 김영진(명지대 교수) 영화평론가는 “‘범죄도시4’의 흥행에는 마동석이라는 스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범죄도시4’는 흥행 전선에서 적수가 아예 없었다. 한국 영화 화제작들은 ‘범죄도시4’ 개봉(지난달 24일) 3주 전부터 자취를 감췄다. 변요한과 신혜선 주연의 ‘그녀가 죽었다’ 정도가 이달 15일 개봉하고 이후 신작들이 선보인다. ‘범죄도시4’에는 극장가가 무주공산인 셈이다.
극장들의 지나친 밀어 주기가 ‘범죄도시4’ 흥행 질주에 가속도를 더하기도 했다. ‘범죄도시4’는 상영 점유율 최고 82%, 좌석 점유율은 최고 85.9%(지난달 27일)를 기록했다. 전국 극장들이 하루 동안 10번 중 8번 ‘범죄도시4’를 상영하고, 좌석 10개 중 9개 가까이를 배정한 꼴이다. 국내 독립영화와 할리우드 신작 ‘챌린저스’ 등은 오전 이른 시간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배치되기 일쑤여서 관객을 만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원성 어린 불만이 영화계에서 나온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이제 사회는 상영 독과점 문제에 무감각해졌다”며 “‘범죄도시4’만 상영되다시피 해 (흥행작 덕분에 다른 영화의 관객도 늘어나는) 낙수 효과가 있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괴물 형사 마석도를 연기한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로 3년 연속 돈방석에 앉게 됐다.
극장 입장료 수입은 극장이 50%를 갖는다.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는 나머지 50%에서 제작비를 제하고 몫을 나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2편부터 빅펀치픽쳐스와 홍필름,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하고 있다. ‘범죄도시2’로 제작사들에 떨어진 돈은 3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3편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계에 따르면 세 회사는 수익을 3분의 1씩 나눠 가져간다. 각 회사는 ‘범죄도시’ 2, 3편으로 각각 100억 원가량을 번 셈이다.
빅펀치픽쳐스는 마동석이 소유한 회사다. ‘범죄도시4’ 제작비(153억 원)가 ‘범죄도시2’(130억 원)보다 높으나 빅펀치픽쳐스는 이번에도 100억 원 가까이 벌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마동석은 2편부터 기획과 각본, 주연까지 맡아 매 편마다 수억 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죄도시’ 2~4편만으로 300억 원 넘게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배우가 1,000만 영화의 제작과 각본까지 겸한 경우는 마동석이 처음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흥행하는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이 으레 봐야 할, 일상성의 영화로 자리 잡았다”며 “단순한 권선징악의 캐릭터, 해석이 필요 없는 결말, 복잡하지 않은 복선 등 (한국 영화) 하향평준화 시대에 맞춤형 서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