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 집행정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정부에 '2,000명 증원' 정책 결정의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의정이 연일 의대 증원이 논의된 회의체의 회의록 존재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의사계는 의료현안협의체뿐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교육부 장차관을 고발하는 소송전에 나섰고, 정부는 회의록이 정상적으로 작성됐다고 맞받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를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와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관련 정부 인사들을 직무유기, 공공기록물 폐기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심의했던 복지부 산하 보정심 회의록, 40개 의대별 입학정원 배분 결과를 논의한 교육부 산하 배정위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을 고발했다.
하지만 정부는 회의록 미작성 의혹을 부인했다. 복지부는 이날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료현안협의체의 경우 논의 상대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협의에 따라 녹취와 속기록 형태의 회의록 없이 보도자료와 사후 브리핑으로 갈음한 게 맞지만, 보정심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는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정심 회의록이 없다는 의사들 주장은 지난 3월 언론의 정보공개청구에 담당자가 잘못 답하는 바람에 와전된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복지부는 해당 회의록을 서울고등법원 요청에 따라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배정위 회의록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속기록 형태가 아니라 회의 결과를 정리한 형태의 회의록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배정위가 비법정 위원회라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자료제출 시한인 10일 이후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그때까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의학교육을 재난으로 몰아가는 (증원) 정책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제시를 요구한다"며 "그런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가장 정직한 대책은 증원 계획 철회"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11일부터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응급·중증환자 가산 확대,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인상 등에 매달 1,9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 휴진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집단행동을 멈추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