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불똥이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미국 등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서방에 본사를 둔 브랜드에 ‘친(親)이스라엘’ 낙인이 찍혔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중동과 동남아시아 소비자가 대거 불매 운동에 나서면서 이들 기업은 매출 급락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7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KFC와 피자헛의 말레이시아 운영사 QSR브랜즈 홀딩스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KFC 매장 일부를 일시 폐쇄했다”며 “증가하는 사업 비용을 관리하고 고객 참여도가 높은 상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사 측은 구체적인 폐쇄 매장 수나 결정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현지 매체들은 문을 닫은 곳이 108곳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말레이시아 전체 매장(600개)의 약 18% 정도다.
QSR브랜즈의 갑작스러운 결정은 이스라엘 관련 기업 불매운동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 이후 아랍권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이스라엘 우방인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화살은 세계 곳곳에 진출한 미국 프랜차이즈 기업에 돌아갔다. 전체 인구(2억8,000만 명) 중 90%가 이슬람 교도로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와 무슬림이 국교인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수억 명의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 1분기 85억6,000만 달러(약 11조8,800억 원) 매출과 0.68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 당초 월가 전망치(매출 91억3,000만 달러·EPS 0.79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스타벅스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인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스타벅스가 이스라엘에 군자금을 지원했다’는 루머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불매운동 집중 타깃이 됐다. 스타벅스인도네시아의 경우 같은 기간 222억 루피아(약 18억8,0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스타벅스말레이시아 매출도 40% 감소했고, 중동에서는 직원 2,000명을 감원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널드 역시 중동전쟁 여파로 올해 1~3월 미국 외 지역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일 자신의 블로그에 “맥도널드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중동과 동남아 지역 매출이 악영향을 받았다”며 “회사는 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불매 여파는 투자 심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투자사 제너럴애틀랜틱이 스타벅스인도네시아 운영사 지분 20%를 인수하려다 포기했고, 유럽사모펀드 CVC도 말레이시아 QSR브랜즈 지분 매입 작업을 중단했다”며 “모두 보이콧에 따른 매출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