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채 상병 특별검사법과 관련해 '조건부 수용'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이후 특검을 도입하겠다"는 식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9일 예정된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발언 수위에 따라 이달 말 예상되는 재표결에서 여당 의원들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당과 대통령실은 채 상병 특검의 조건부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야가 조속히 재협상을 할 것을 요청하고, 이태원특별법처럼 여야가 합의하면 특검을 수용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공수처 수사기간에 기준 시한을 정하고, 그 시한이 지나면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특검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게 하는 것' 정도가 적절하다"고 조건 내용도 제시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정부에 이송돼 윤 대통령은 22일 전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친윤)계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 일부 조항을 수정하면 야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태원특별법 합의 이후 여야 대화 물꼬가 트이면서 채 상병 특검법도 협의를 하려 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 이후 특검 △언론 공표 조항 삭제 △검사 규모 조정 등을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이면 법안 통과에 합의할 의사가 있었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선캠프 초기 멤버인 신지호 전 의원도 "조건부 수용을 전제로 한 거부권 행사"를 '제3의 길'로 제시했다.
총선 압승 이후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주당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 "어떤 조항이 어떻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은폐,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한 부분을 수사를 통해서 입증하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된다"며 특검법 원안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이 원내수석은 "2일 본회의 표결 전에 특검법 협상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9일 기자회견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건부 수용을 포함해 특검법에 대해 어느 정도 유연하게 입장을 표명하느냐에 따라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 찬성하는 여론이 67%(전국지표조사·4월 29일~5월 1일 실시)에 이르는 상황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명분 없는 반대표에 적지 않은 의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안철수 · 김웅 의원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고, 여기에 범여권에서 16명 정도가 더 이탈하면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검 정국에서 여권이 보다 강경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자는 이날 "군내 사망사건을 경찰이 조사하도록 법이 바뀐 후 첫 케이스여서 보인 매끄럽지 못한 처리가 특검 대상이라면, 울산시장 부정선거에 대한 특검, 공무원 이씨의 죽음(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특검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역제안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을 수용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여사 특검,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 특검도 역제안하자고 주장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전국지표조사(NBS),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