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방광 약물 치료하다간 자칫 치매 위험 높아져

입력
2024.05.07 09:14
항콜린제, 베타-3 작용제와 병용 요법하면 치매 발병률 6.7%

‘과민성 방광(overactive bladder)’ 환자 약물 치료에 사용되는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 모두 치매 발병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함원식·박지수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과민성 방광 환자 약물 치료제인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 사용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성을 규명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 비뇨기과 포커스(European Urology Focus)’에 실렸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이 과민 반응해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는 질환으로 국내 성인 12.2%가 앓고 있다(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나이가 들면 소변 배출 신호를 전달하는 배뇨신경과 방광 근육의 기능이 약해지므로 고령자일수록 과민성 방광을 겪을 위험이 높다. 젊은 층에서도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로 인해 과민성 방광을 겪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면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항콜린제의 경우 치매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베타-3 작용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약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치매 발병과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2015~2020년 과민성 방광 환자 345만2,705명을 대상으로 항콜린제 단독 요법, 베타-3 작용제 단독 요법 또는 병용 요법으로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도를 각각 비교했다.

평균 추적 기간은 1년 10개월이었으며, 전체 환자 중 항콜린제 단독 요법을 받은 환자 비율은 56.3%(194만3,414명), 베타-3 작용제 단독 요법은 19.5%(67만1,974명), 병용 요법은 24.2%(83만7,317명)가 받았다.

분석 결과, 과민성 방광 약물 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중 5.8%에서 치매가 발병했다. 항콜린제 단독 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는 6.3%가 발병했다.

특히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 병용 치료군에서는 6.7%로 가장 높은 치매 발병률을 보였다. 또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약물로 인식됐던 베타-3 작용제 단독 요법군에서도 3.1%가 발병했다.

함원식 교수는 “베타-3 작용제와 항콜린제 병용 요법이 항콜린제 단독 요법과 비교해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베타-3 작용제 단독 요법이나 누적 사용량에 따라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베타-3 작용제도 치매 발병과 관련 있을 수 있어 약물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