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키로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신속 수사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제라도 수사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이지만, 사실관계가 단순한 사건을 고발 5개월이 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않은 자체가 심각한 비정상이었다.
이 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주례 정기보고를 받고,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고발사건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담당하는 중앙지검 형사1부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12월 6일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지만,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의 관련 조사도 규정을 어겨가며 미뤄졌다. 수사에 손 놓고 있는 동안 명품백 수수를 둘러싼 국민적 비난이 높아졌고, 김 여사는 외부에서 모습을 감췄다.
검찰이 지금에야 수사 의지를 밝힌 것도,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이 김 여사 의혹 관련 특별검사 법안 재추진을 공식화하자 마지못해 나선 것이라는 인상이 짙다. 윤 대통령 부부에게 면피만 주려는 특검 방어용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명품백 사건보다 혐의가 무거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여전히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명품백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하고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놓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검찰이 최소한의 신뢰라도 회복하려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은 이미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9,000만 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김 여사가 시세조종 ‘선수’인 증권사 직원에게 보고를 받은 사실도 다른 피의자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런 의혹들을 그대로 둔 채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만 수사한다면 특검 필요성만 부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