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력' 공언한 野 원내대표, 대결 정치하겠다는 건가

입력
2024.05.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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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지난 3일 선출된 박찬대 의원은 수락 연설에서 “머뭇거리다 실기하는 민주당과 결별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했고,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대표가 공약으로 내건 민생회복지원금도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단일 입후보로 원내사령탑에 선출된 친명계 핵심인사가 취임 일성으로 ‘다수당의 완력’을 앞세우는 건 우려스럽다.

박 원내대표의 수락 발언 내용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 원칙을 내세우는 체면치레도 없이 곧장 대결정치를 예고하고 있다. 개원도 하지 않은 22대 국회의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어렵게 성사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 상병 특검의 야당 단독 처리와, 대통령실의 반발과 거부권 행사 시사로 협치 분위기가 흐려지는 마당이다. 민주당 새 원내사령탑이 선명성 경쟁하듯이 국회를 운영할 경우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를 원만히 이끌어갈 다수당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원 구성과 관련해 원내 1당 몫인 국회의장에 이어 국회 운영위, 법사위의 위원장을 갖겠다는 발언은 대화와 타협 대신 민주당 의도대로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회가 그간 고수해온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적지 않은 파열음으로 22대 국회 원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순리에 맞게 처리돼야 한다.

의회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경계해야 할 일은 바로 힘에 의한 정치다. 국민의 눈에 다수당의 오만과 권한 남용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국민의힘에 정권을 넘겨주게 된 큰 원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전례 없는 공천 잡음 끝에 친명 단일 체제를 구축해 내부 다양성마저 실종된 마당이다. 강경과 선명성, 당파적 이해로 일관하다간 민심 이반만 부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