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은 경찰이라"… 다른 집에 층간소음 화풀이 20대男

입력
2024.05.03 15:28
광주지법, 3일 벌금 500만원 선고
윗집 층간소음으로 불만 품었지만
경찰 사는 것 알고 보복 표적 바꿔
애먼 이웃 세대 현관, 유모차 훼손

경찰관이 거주하는 윗집에서 발생한 층간소음으로 다른 이웃에게 분풀이한 20대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부장 이광헌)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받아 기소된 A(24)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9일부터 10월 30일까지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수차례에 걸쳐 이웃 여성 B(40)씨를 스토킹하는 등 괴롭혔다. A씨는 새벽에 B씨 집 앞을 찾아가 현관 출입문 비밀번호 키패드와 현관문에 문구용 칼로 흠집을 냈다. 이어 집 앞에 놓인 유모차 시트를 10여 차례 흉기로 난도질했다. 집 앞 벽면에 날계란을 여러 차례 던지기도 했다. 범행 이후 피해자 반응을 관찰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씨는 평소 층간소음 때문에 윗집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세대에 경찰관이 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층간소음과 상관없는 다른 세대를 표적으로 보복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당시 우울장애 등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횟수와 수단 및 방법에 비춰볼 때 위법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며 뉘우치는 점과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층간소음 관련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5년간 층간소음 관련 형사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살인·폭력 등 강력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늘어났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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