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간 19세 딸 식물인간 됐는데"… 폭행男 '징역 6년'

입력
2024.05.02 21:10
여행서 싸우다 경추 다쳐 '사지마비'
동창생 피고인, 치료비 지원도 안해
재판부, 중상해 권고 형량 이상 선고
피해자 측 "10년받을 줄... 항소해야"

중학교 동창생을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남성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됐다. 피해자 측은 "10년형은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정성민)는 2일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식물인간이 됐다"며 "피해자 생존을 위해서는 인공호흡기와 타인의 보조가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건 이후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그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면 매달 노동으로 피해자 치료비를 지원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노력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앞서 A씨는 선고 직전 피해자 측에 3,000만 원 합의를 제시했지만 거절당하자 이를 형사 공탁금으로 냈다.

A씨는 지난해 2월 6일 부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인 B(20)씨를 밀치고 폭행해 사지마비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행 중 말다툼이 불거졌고 A씨는 B씨 머리를 두 번 가격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옆 탁자에 경추를 부딪히며 쓰러졌다. 목을 크게 다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B씨 가족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B씨 부모는 "딸아이의 긴 병상 생활을 지켜보며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재판 기간인) 2년을 버텼는데 청천벽력 같은 5년 구형을 들었다"며 "사기 범죄자도 5년 구형을 받던데 사람 목숨을 해친 놈이 같은 형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저희 딸 목숨은 길어야 2, 3년이라는데 아무리 우리나라 법이 X 같아도 이건 아니다"라며 B씨의 실명과 사건 번호를 밝히고 관심을 호소했다.

검찰은 당초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 양형 조사를 거쳐 선고를 앞두고 징역 8년으로 구형량을 높였다. 통상적으로 중상해 혐의 양형 기준 특별가중 인자 적용 시 권고되는 징역 1년 6개월~4년형보다 높은 수준이다. 재판부는 "권고 형량은 일반적인 기준일 뿐 법적인 효력은 없다"며 "피해자가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점, 피해자가 범죄에 취약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해 권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 가족은 형량이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너무 적다며 비통해했다. 선고 이후 법정 밖으로 나온 B씨 어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다가 병상에 누워 있는 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길 반복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징역 6년은) 말도 안 된다"며 "(A씨가) 최고 10년까지 받을 줄 알았고, 엄벌 탄원서도 판사님께 드리면서 마지막 희망을 가졌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꼭 항소해 2심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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