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SM)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음원 1위' SM과 '유통·플랫폼' 1위 카카오가 합쳐지게 됐다. 음원 제작·유통·음원 플랫폼시장을 아우르는 초대형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 주식 39.87%를 취득한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 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은 두 가지다. SM·카카오 아티스트의 최신곡을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에만 우대해 공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감시할 점검기구를 설치하는 시정 조치를 3년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업결합은 수직·수평 혼합 형태를 띤다. 수직형 기업결합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인접하는 회사 간 결합을, 수평 결합은 경쟁시장 내 결합을 뜻한다.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디지털 음원 유통 및 플랫폼시장에서 1위, SM은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시장에서 1위 사업자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이들은 △음원 기획·제작시장에서 13.25% △음원 유통시장에서 43% △음원 플랫폼시장에서 43.6%의 점유율을 보유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음원 제작-유통-음원 플랫폼이 완전히 수직화한 기업이 탄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카카오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SM의 인기 음원을 확보하고,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에 등극하게 된다"며 "동시에 SM의 음원 유통권까지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카카오와 SM의 결합으로 국내 음원 기획·제작·유통시장 내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카카오가 경쟁 음원 플랫폼에 자사가 유통하는 SM의 음원을 제때 공급하지 않거나, 자사의 음원만을 유리하게 노출하는 방식(자사 우대)으로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3년간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경쟁 음원 플랫폼이 카카오에 음원 공급을 요청할 경우 카카오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음원 공급을 거절하거나 지연할 수 없다. 독립된 점검기구를 설립, 점검기구에 정기적으로 멜론의 자사 우대 행위 여부를 점검받아야 한다. 플랫폼의 자사 우대를 차단하기 위해 공정위가 시정 조치를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결합에 시정 조치를 부과한 것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