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025년 만들 HBM도 거의 다 팔려"...SK하이닉스 간담회에는 여유와 자신감 넘쳤다

입력
2024.05.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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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단 HBM3E 3분기 중 공급 예정
삼성전자·마이크론과 경쟁 치열... "선순환 효과"

인공지능(AI) 개발 경쟁 속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경쟁사의 추격 속에서도 기술력과 생산력 측면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2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당사 HBM은 생산 측면에서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면서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도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HBM 적층 경쟁 속 하이닉스, 패키징 무기 'MR-MUF'로 자신감


SK하이닉스는 앞서 HBM3(4세대 HBM)과 HBM3E를 양산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기업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등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가 적층 수를 더 올린 12단 HBM3E를 2분기 내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마이크론도 동급 샘플을 제공했다고 알리면서 기술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김종환 하이닉스 D램개발담당 부사장은 "이미 HBM3 12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HBM3E도 고객이 요구하는 적기에 최고 품질을 제공할 것을 자신한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 공급하면 HBM 시장이 안정되고 더욱 성장하는 선순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독자적 첨단 패키징 공법 'MR-MUF(매스 리플로 몰디드 언더필)'다. 쌓아올린 칩과 칩 사이를 액체로 채우는 기법인데 생산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춰 HBM 시장의 주도권을 하이닉스에 안긴 비결로 꼽힌다. 하이닉스는 5세대를 넘어 6세대 HBM(HBM4)까지도 이 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고했다.

최우진 후공정·테스트담당 부사장은 "MR-MUF 기술은 칩 적층 압력을 6% 수준까지 낮추고 공정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네 배로 높이며 열 방출도 45% 향상시켰다"면서 "최근 신규 보호재를 적용해 방열 특성을 더 개선하고 칩이 휘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고 뽐냈다.


온디바이스 AI 덕 D램·낸드 수요도 증가

HBM뿐 아니라 다른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낙관했다. 곽 사장은 "현재 AI는 데이터센터 중심이지만 향후 스마트폰·PC(개인용 컴퓨터)·자동차 등 온디바이스(기기 자체로 구동하는) AI 쪽으로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라면서 "메모리 발전 속도 대비 AI에서 요구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AI에 특화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하이닉스는 HBM과 더불어 초고용량 D램,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AI 서버와 기기에 특화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특히 자회사 솔리다임이 생산하고 있는 쿼드레벨셀(QLC)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적용된 서버용 SSD의 인기가 높다. 안현 낸드솔루션개발담당 부사장은 "2025년에는 서버에 더해 온디바이스 AI 제품 수요가 늘면서 당분간 성장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장 마구 늘리는 중... "맞춤형 반도체 시대, 과잉공급 우려 적다"


하이닉스는 치솟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①충북 청주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공장(팹) M15X를 2025년 11월 준공해 2026년 3분기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②팹 4기와 국내 협력 업체를 위한 미니팹 등으로 구성된 경기 용인시 클러스터와 ③미국 인디애나주 후공정 팹 등은 2027년까지 다 지을 계획이다.

곽 사장은 시장 일부에서 나오는 '과잉 공급' 우려를 "올해 이후에도 HBM 시장은 AI 개발사들의 메모리 성능에 대한 요구치가 높아지면서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 수준의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HBM4 이후부터는 맞춤형 AI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 (고객사와 공급 계약을 맺고 생산하는) 수주형 비즈니스 성격으로 옮겨갈 것"이라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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