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서 확산 중인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대학 당국이 경찰 투입을 요청하고, 경찰이 시위대 연행에 나서면서 1일(현지시간)까지 뉴욕에서만 300명 가까이 체포됐다. 일부 대학에선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 시위대 간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미 대학가가 혼돈에 빠졌다.
이날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경찰은 미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에 진입해 시위자들을 체포하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시위 거점인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을 비롯해 야영 캠프 주변에서 밤샘 농성을 펼치던 109명을 붙잡았다. 이들에게 재물 손괴와 무단 침입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뉴욕시립대에서도 17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뉴욕시 당국과 학교 당국자들은 "외부 선동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그들(시위 주동자)은 우리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컬럼비아대 교수들은 체포된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캠퍼스 내 경찰력 배치를 비판하기 위해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퍼졌던 시위는 1일 새벽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로 옮겨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선 친이스라엘계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계 반전 시위 캠프에 난입하는 등 폭력 충돌 사태가 벌어졌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UCLA 측은 이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한 사람을 포함해 1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중부 매디슨에 있는 위스콘신대에서도 경찰이 진입해 교내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던 학생 30여 명을 체포했다고 AP는 전했다. 미 전역에서 최소 32개 캠퍼스가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백악관은 대학가에서 격화하는 시위에 대해 "소수의 학생이 이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캠퍼스 건물을 점거한 사람들은 평화적 시위를 할 권리 행사를 넘어섰다"며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건 평화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