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자회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제작한 민 대표가 어도어 주식 가치의 대부분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무상 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주주 간 계약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사실상 빈손으로 어도어를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1일 가요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어도어의 주주 간 계약에는 '민 대표 등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하이브는 직접 또는 하이브가 지정한 제3자를 통해 민 대표 등이 보유한 주식의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가진다' '이때 콜옵션 대상주식에 대한 1주당 매매대금은 1주당 액면가와 공정가치의 70%에 해당하는 금액 중 더 적은 금액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 대표가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하이브는 주주 간 계약 위반을 근거로 민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를 액면가 수준에 사들일 수 있다. 민 대표의 보유 주식 57만3,160주에 액면가로 알려진 5,000원을 적용하면 28억6,58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민 대표가 어도어 주식 취득 당시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약 20억 원을 빌려 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를 갚고 나면 민 대표가 손에 쥘 수 있는 건 수억 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반면 주주 간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민 대표는 현재 기준 최대 1,000억 원 수준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2019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이사급인 최고브랜드관리자(CBO)로 입사한 민 대표는 2021년 어도어 설립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듬해 뉴진스를 데뷔시켜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지난해 어도어의 매출액은 1,102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335억 원, 당기순이익 265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통상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시가총액이 영업이익 대비 20배 수준인 점을 고려해 어도어의 기업가치가 2025~2026년 2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이브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서울지법에 임시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낸 상태여서 이달 말 임시주총이 열릴 전망이다. 현재로선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어 민 대표의 해임은 사실상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관건은 하이브가 민 대표를 상대로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외부 투자자를 모집해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고 소속 가수인 뉴진스를 빼갈 계획을 세우며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면서 업무상 배임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만으론 배임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업무상 배임은 예비·음모 단계를 처벌하지 않기에 하이브가 증거로 내세운 카카오톡 대화나 메모, 외부 투자자 접촉 자체만으로 배임죄를 물을 순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의 영업자산인 재무 자료와 소속 가수 계약 자료를 빼돌려 하이브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 측이 주총 결의 무효 확인 소송 또는 이사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 등을 내며 맞설 가능성도 있다.
하이브 측은 이와 관련해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 시도를 보상 관련 분쟁, 보복 프레임으로 축소하려는 소모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며 “배임의 충분한 사유가 있다는 법률 검토는 이미 완료됐고, 다른 위법 행위들도 다수 발견돼 이에 대해서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