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반대' 일본 나고야 시장 "조국 위한 죽음은 도덕적" 과거사 미화 논란

입력
2024.05.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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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전사자 언급하며 "높은 도덕 행위"
자위대도 침략전쟁 미화, 심상치 않은 우경화

일본 나고야 시장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 전사자를 언급하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도덕적 행위"라고 발언했다고 1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 시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와 중국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망언을 했던 우익 성향의 정치인이다. 최근 일본에서 침략 전쟁과 과거사를 미화하는 발언과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일본의 우경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고야 시장, 각계 비판에도 발언 고수

아사히에 따르면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정한 '나고야 평화의 날'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평양전쟁 전사자를 언급했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상당한 높은 수준의 도덕적 행위"라고 말했다. 심지어 "학교 교육 현장에서 어느 정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교육이 필요하다는 듯한 발언도 했다.

가와무라 시장은 시민단체와 시의회의 거듭되는 비판에도 발언을 철회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안타깝지만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매우 많은 사람을 죽였다"며 "조국이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이해되지 않는 역사 속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죽음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사히는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평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쓰지타 마사노리 근현대사 연구가는 아사히에 "전쟁에서 죽는 것을 '도덕적'이라고 한다면 권장해야 할 좋은 행위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가와무라 시장은 2019년 나고야시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자 "(위안부 문제는)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시를 반대했다. 2020년에는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소녀상 철거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보통 국가화' 행보 강화하는 자위대

과거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것은 가와무라 시장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일본 자위대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가능한 일본의 '보통 국가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육상자위대 제32보통과 연대는 지난달 5일 엑스(X) 공식 계정에 2차 세계대전이나 태평양전쟁 대신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한 바 있다. 대동아전쟁은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의미로, 일본 정부도 공식 문서에 사용하지 않는 금기어다.

자위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갈수록 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이다. 그런데 지난해 5월 해상자위대 간부 후보생 학교 졸업자 165명이 제복 차림으로 집단 참배했고, 지난 1월에는 육상자위대 대원 수십 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문제가 됐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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