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 나숙희. 열아홉에 떠밀리듯 선을 봐서 결혼했는데, 남편이 도박으로 집을 말아먹고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른다. 두 아이를 키워놓고 시어머니 병수발까지 끝내고서야 이혼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내 힘으로 얻은 직장에 첫 출근하는 날. 두근두근 꽃 단장을 하고 아껴놨던 외투도 꺼내 입었다. 탈의실 캐비닛에 떡 하니 적힌 이름 석 자가 어찌나 뿌듯한지. 어? 근데 집에서 나올 때 가스 밸브를 안 잠갔나. 갑자기 숨이 가쁘고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마트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여기가···어디지. 내 안의 뭔가가 고장이 난 것 같다.
29세 안지호. 7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 예쁘지도 착하지도 않은 나를 언제나 다정하게 안아주는 좋은 사람. 결혼하면 행복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요즘 자꾸만 길을 잃고, 문단속을 못 하고, 친한 친구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가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하다. 아빠한테 머리를 많이 맞아서 이상이 생긴 걸까. 설마 환갑도 안 됐는데 치매? 진짜 치매면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떡하지. 엄마를 놔두고 나 혼자만 행복해도 될까. 우리 결혼, 아무래도 미뤄야겠어.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치매. 기억을 서서히 잃다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기에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고통을 받는 질병이다. 그 때문에 숙희는 결국 조기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자 ‘죽음’부터 생각한다. 애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이제 없을 것 같아서.
지호는 엄마의 치매가 확실시되자 ‘요양원’부터 떠올렸던 자신이 부끄럽고 죄스럽다. 엄마를 지극히 사랑하고 걱정하는 동시에 자꾸 낯설어지는 엄마로부터 도망치고도 싶다. 갑자기 찾아온 치매라는 사건에 흔들리고 갈등하지만, 그래도 모녀는 서로의 손을 꼭 잡는다. 지호는 환자인 엄마를 자신이 지키고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도 자신을 지켜주고 있음을 곧 깨닫게 된다.
작품의 제목 ‘괜찮다, 안 괜찮다’는 상태가 좋았다 나빴다를 오가는 치매 증상을 말하기도 하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관계나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엄마가 안 괜찮을 때마다 괴로웠던 지호는, 괜찮을 때, 그러니까 엄마가 나를 알아보고 여전히 다정한 순간을 그저 기뻐하기로 한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이 작품은 시종 슬프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유머러스한 장면이 많아서 자주 웃음이 터진다. 치매가 있다고 해서 노상 ‘안 괜찮다’인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힘든 시간 속에서도 웃을 일이 있고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으니까. 그렇게 괜찮기도 하고 안 괜찮기도 한 날들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치매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치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는 정보와 용기를 주는 참으로 소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