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 환자, 우울증 등 발병 위험 3∼4배 높아

입력
2024.04.30 21:06

성인이 된 뒤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정신건강 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되고, 우울증과 음주 및 약물 오남용 위험은 3~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형 당뇨병은 몸 속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인슐린 주사로 관리해야 하고 어린 나이에도 비교적 많이 발병해 ‘소아 당뇨병’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현·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연구팀이 2009년 1월~2020년 12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토대로 성인이 된 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1만391명과 일반인 5만1995명을 평균 7.94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연구 결과, 성인이 된 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와 일반인의 정신건강 질환 발생률은 각각 1,000인 년당(대상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했다고 가정)66명, 29명으로 성인 1형 당뇨병 환자가 2배 이상 더 높았다.

질환별 위험을 비교한 결과, 성인이 된 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일반인보다 음주 및 약물 오남용은 4배, 우울증은 3배 높았다.

또 성격 및 행동 장애는 2.6배, 기분 장애와 섭식 장애는 2.5배, 불안 및 스트레스 장애는 1.9배 높았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섭식 장애, 우울증, 불안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조절도 힘들다. 하지만 성인 1형 당뇨병 환자의 76%는 정신건강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적 오인과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성인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다.

김재현 교수는 “성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이 힘든 치료 과정 속에서 정신 건강을 잃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항상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하이브리드 폐루프 시스템과 같이 외부 노출 없이 혈당 모니터링과 인슐린 주사가 가능한 치료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접근성이 낮아 모든 당뇨병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기술들이 사실 정신건강 질환을 앓고 있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특히 필요하다”며 “하루 빨리 사회적 인식과 치료 시스템이 개선돼 성인 1형 당뇨병 환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당뇨병과 신진대사(Diabetes & Metabolism)’ 최근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