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일컫는 말이 있다. 바로 '아는 맛이 무섭다'는 것. 해당 작품은 주인공과 악인의 구도를 균일하게 이어가면서 익숙한 재미를 포진한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도시' 시리즈들의 새로운 맛은 악인으로부터 나온다.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 그리고 지금의 김무열까지, 모두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정의의 히어로를 위기로 몬다. '범죄도시'의 무기가 악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범죄도시4'는 국내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했음은 물론 개봉주 주말 전 세계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 1위에 등극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범죄도시4'는 6개국에서 2,459만 달러(한화 약 338억 원 이상)의 수익을 봤다. 이는 '챌린저스'(2,401만 달러) '고질라 X 콩 : 뉴 엠파이어'(2,210만 달러)의 주말 수익을 모두 제친 성과다.
'범죄도시4'는 국내에서도 연이은 기록 경신 중이다. 2024년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뒤 100만·200만·300만·400만 관객을 2024년 최단기간에 동원했다. 국내 영화사(史)에서 4편 연속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범죄도시' 뿐이다.
극중 마석도(마동석)가 악인을 텍스트 그대로 '때려잡는 것'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이다. 마석도가 진실의 방에서 범죄자들에게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은 너무나 친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변주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대목이 악인이다.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 주성철(이준혁) 그리고 백창기(김무열)로 이어지는 빌런 계보는 각기 다른 개성을 포진하면서 영화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가장 첫 번째 빌런 장첸을 소화한 윤계상에게 '범죄도시'는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흑룡파 두목인 장첸은 주로 손도끼와 칼을 휘두르며 악랄하게 악행을 저지른다. 극악무도한 인물로 최대한 잔인하게 상대를 공격, 토막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다음 행동이 예상되지 않았다는 특이점이 있다. 지금도 장첸은 '범죄도시' 팬들이 그리워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두 번째 빌런인 강해상은 주짓수로 단련된 몸으로 액션에 능한 인물이다. 돈으로 움직이면서 범죄에 대한 죄악감이 전혀 없다. 다수의 킬러들을 처리할 정도로 살인에 능숙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빌런이 '광기'로 무장했다면 세 번째부터는 달라진다. 세 번째 빌런 주성철은 치열한 계산을 필두로 마동석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주성철은 권총과 둔기류 무기를 사용하는 부패 경찰로 이전 시리즈들의 빌런들과는 전혀 다른 포지션이다. 여기에 일본 검객 캐릭터 리키를 추가하면서 마석도가 극복해야 할 역경이 더욱 높아지게 만들었다.
네 번째에서는 다소 독특한 변주를 선보인다. 특수부대 용병 출신 킬러 백창기에다가 장동철(이동휘)이라는 빌런을 더 추가했는데 삼각 관계처럼 서로를 쫓고 쫓는다. 전작에서와 달리 2대 1 구조가 아닌 1대 1대 1의 형태로 영화의 위기감을 조성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백창기는 앞서의 시리즈들 속 빌런과 흡사해 보이지만 오히려 나이프나 무에타이 기술을 사용하면서 용병 캐릭터 특징에 힘을 줬다. 실제로 김무열이 칼리 무술을 배운 효과가 영화 몰입에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졌다는 설명 그대로 마석도에게 큰 임팩트를 남긴다. 전작 '보이스' '발레리나'에서 악역을 소화했던 김무열에겐 또 다른 인생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범죄도시'는 빌런의 정형화를 피하면서 매 시즌 '더 나은 아우'를 탄생시키고 있다. 앞서 '범죄도시'가 8번째 시즌을 예고한 만큼 영화팬들은 더 새롭고 강한 빌런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