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주관 운영사 변경에 대한 제재만 이뤄졌어도 노동자 11명이 새해 벽두부터 집단 해고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음식물 쓰레기 악취와 음식물을 온몸에 뒤집어써가며 헌신한 일터에서 왜 쫓겨나야 하나 매일매일 괴로워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매일매일 벼랑 끝에 매달린 것 같은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전북 전주시 '리싸이클링 타운'에서 8년간 일해 온 이태성 분회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관계 승계 입법 토론회'에서 이같이 울분을 토했다. 이 분회장과 동료들은 2016년에 해당 시설이 설립된 후 줄곧 일했으나 올해 1월 1일 집단 해고됐다. 전주시 소유인 이 시설은 4개 민간업체가 위탁받아 공동 운영 중인데, 주관 운영사 4곳 중 한 곳이 '에코비트워터'에서 '성우건설'로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거절됐기 때문이다.
이달 11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주관 운영사 변경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를 고용승계하지 않고 신규 채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지만, 이들이 언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이들을 지원해 온 박영민 노무사는 "(원청인) 전주시와 (하청인) 4개 업체 모두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근로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동 사업체를 이용해 노동자를 무차별적으로 해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부터 원청에 경비나 청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역·도급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에 내몰리는 상황은 종종 발생했다. 2011년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집단 해고 사태(170여 명), 2020년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 집단 해고 사태(80여 명)가 대표적이다. 특히 LG트윈타워 사건은 2019년 10월 노조 설립 후 이듬해 기존 업체와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노동계에서 '노조 와해 목적'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급인(원청)과 기존 용역업체 간 계약 종료는 용역업체 노동자의 고용 불안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신규 용역업체로 변경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가 전원 해고되거나,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노동자의 재고용이 선별적으로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근로승계를 하라는 법원 판결과 노동위원회 판정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관련 입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 이전 시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규 정의당 국회의원은 '도급 사업 이전에 따른 해고 제한'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간접고용이 판을 치며 중간착취로 인해 노동자와 사회가 고통을 전가받는다"며 "도급 사업의 수급 사업체가 변경돼도 노동자 권리 또는 의무를 승계하는 법에 대해 동료 의원들의 공동발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