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선관위 직원 27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감사원 조사에서 세습 채용 의혹이 불거진 김세환 전 사무총장 아들에 대해 선관위 직원들은 '세자'로 부르면서 "자식사랑이 과도하다"고까지 했지만, 특혜 사실을 묵인한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지난 29일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명단에는 김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이들 외에도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22명에 대한 수사참고자료도 검찰에 송부했다. 수사참고자료는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쓰인다.
경찰이 2022년 12월 무혐의 종결 처리한 김 전 총장 아들 김모씨 사건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인천 강화군청에 재직 중이던 김씨는 2020년 1월 인천선관위로 이직했다. 정원이 꽉 차 있었지만 인천선관위는 김씨가 지원한 뒤 경력 채용(경채) 인원을 늘렸다. 뿐만 아니라 김씨 결혼식에 축의금을 접수했던 선관위 직원이 면접에 투입돼 만점을 줬고, 이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김씨를 '세자'라고 부른 사실이 드러났다.
송 전 사무차장의 경우, 충남 보령시청에서 일하던 딸 송모씨가 2018년 3월 충북 선관위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채용을 청탁한 정황이 확인됐다. 일주일 뒤 송씨만 참여하는 비공개채용이 진행됐고, 송씨는 만점을 받고 합격했다. 박 전 사무총장 딸 박모씨는 광주 남구청에서 근무하다 2022년 3월 전남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 박씨 채용 과정에서 전남선관위는 외부 면접위원에게 "평정표 점수를 비워둔 채 서명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기선관위에서는 소속 직원의 예비사위까지 특혜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2021년 경채 실시 당시, 선관위 소속 직원의 예비사위(8급 공무원)가 응시하자, 전출 동의가 여의찮은 상황에서도 전형을 임의로 변경해 채용이 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직원도 있었다.
이날 감사원이 대검에 수사를 요청한 사건 가운데 일부는 앞서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뤄졌거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해 지난해 9월 발표한 채용비리(353건)와 겹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권익위 조사와 별개로 고위직들의 '자녀 꽂아 넣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부당한 채용에 대한 수법 등 세밀히 살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채용과정 공정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인사운영기준을 개정해 비다수인 경채를 폐지했다"며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시험위원이 응시자와 친인척 등의 관계가 있을 경우 회피 절차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