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립유공자 공적을 재평가한다. 그간 무장투쟁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교육·문화·계몽 분야 사례 발굴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각할 전망이다.
국가보훈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마련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및 기억계승 방안'을 발표했다. 보훈부는 "다양한 분야의 독립운동에 대한 학술연구를 활성화해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세대의 자긍심을 함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5대 핵심 과제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독립운동 유산의 미래세대 전승 △상징공간 조성 △다양한 가치를 담은 기념행사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및 후손 초청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3·1절에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고,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며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전 대통령의 외교독립운동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6월까지 학계 전문가 연구를 거쳐 하반기부터 새로운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재심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 정부 들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유독 활발하다. 올 1월에는 32년 만에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김구 유관순 안중근 등 다른 독립운동가 13명이 두 차례나 중복 선정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명단에 빠져 있었다.
다만 이 같은 재평가 작업이 의도적인 미화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배포한 장병 정신교육 기본교재에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비롯한 이 전 대통령의 공만 부각되고 독재를 비롯한 과오는 외면해 비판이 쏟아진 전례가 있다.
반면 정부가 "국내외 다양한 독립운동의 가치를 담은 상징공간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찬반이 팽팽한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LA 흥사단 건물을 매입하고 새로 단장해 미주지역 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