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을 불사하는 이스라엘에 미국이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부처 변호사들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 안팎 변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들 요구는 서한 형태로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과 각 부처 법무 자문위원들에게 조만간 발송될 예정이다. 현재 정부 주변 변호사 사이에 회람되고 있는 서한에는 이미 90명 넘는 변호사가 서명했고 그중 최소 20명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는 변호사라고 매체는 전했다. 초안 작성자에는 국토안보부와 국무부 현직 변호사가 포함됐고 법무부, 노동부, 에너지부 변호사들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소속이나 민간 변호사들과 함께 연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서한에 담긴 이들 주장은 민간인 공격을 금지하는 국제법인 제네바협약뿐 아니라 무기 수출 때 인권 관련 고려를 의무화한 ‘무기수출통제법’, 인권 침해 의혹이 있는 군대에 대한 원조를 막는 ‘라이히 법’ 등 미국 국내법을 이스라엘이 두루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한 포위 지역 대상 무차별 폭격 △구호단체 공격 △학교·병원 폭격 등을 위반 사례로 들며, 공무원들은 부적절한 정치적 지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조언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한에는 또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대부분이 무기 금수 조치 시행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 인용과 함께 “법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멈출 때까지 미국이 무기를 수송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다수 미국인의 생각과 일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한에 서명한 법무부 직원은 폴리티코에 “지금은 미국 정부가 자국 법과 정책을 스스로 어기고 있는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미국산 무기가 쓰이고 있다는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더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근거가 풍부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이 민간인 살상 등 잠재적 전쟁 범죄에 합동직격탄(JDAM)과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등 미국산 무기를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12월, 올해 1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주택에 가해진 공격을 미국 무기가 사용된 이스라엘 불법 행위의 예로 들었다.
지난 24일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 지원 예산 263억 달러(약 36조 원)를 확보한 바이든 대통령은 난감한 처지다. 백악관은 동맹국에 제공된 미국 무기가 미국법과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5월 8일까지 의회에 입증해야 한다. 이스라엘 무기 지원이 불법이라는 비판은 민주당 내부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