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 시행을 앞두고 전력자립률(전력 수요를 지역 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비율)이 낮은 광역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관련 시설 확충이 필수적인데 여건이 녹록지 않아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시책 수립·의무 등을 규정한 분산에너지법이 6월 14일부터 시행된다.
분산에너지는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 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연간 20만 ㎿ 이상 에너지 사용이 예상되는 신축 또는 대수선 건축물, 신규산단·도시개발 등 100만 ㎡(30만 평 이상)인 경우 필요 전력의 일정량을 해당 지역에서 분산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력 생산 시설이 부족해 전력자립률이 낮은 지역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022년 말 기준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전력자립률이 100% 이상인 지역은 부산과 인천, 울산, 세종,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 등 9곳이다. 경기(61%)와 전북(68.7%), 제주(79.7%)는 100%를 다소 밑돈다. 반면 서울(8.9%)과 대전(2.9%), 광주(8.4%), 충북(9.4%), 대구(15.4%) 등은 전력자립률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발전소를 새로 건설할 부지 마련이 어려운 데다 기존 발전소를 활용해 공장이나 기업을 유치하고 싶어도 마포에 있는 서울복합화력발전소 외에는 마땅한 발전소도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건물 신축시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을 활성화하고 있고, 에너지 소비량이 월등히 많은 건물의 에너지 수요 감축에 힘쓰고 있다.
광주는 강기정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분산에너지 특화단지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초광역 협력 사업 기획, 관련 기술 개발 사업 추진 등의 복안만 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 밑그림이나 실적은 없다. 내륙도시인 탓에 현재 300㎿ 규모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라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당장 2~3배 늘리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구의 경우 대구경북신공항 인근 군위군에 신규단지가 들어서면 분산에너지법 적용 대상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관련 발전설비 등의 구축 계획은 아직 뚜렷하게 나온 게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분산에너지법 시행령이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으며, 대상 가능지역을 검토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접근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나마 충북과 대전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유치를 통해 전력자립률을 높이면서 분산에너지 시설 확보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충북은 음성에 611㎿ 규모의 LNG 발전설비 2기를 유치했으며, 1호기는 오는 6월에, 2호기는 2026년 말 가동될 예정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전력자립률이 높아지는 만큼 분산에너지 설비 구축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어졌다”며 “조만간 ‘충북형 분산에너지 활성화 연구용역’에 착수해 연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은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의 LNG 발전소 500㎿급 4기를 유치했다. 발전소는 2037년까지 건설될 예정이다. 대전의 경우 사업자 측이 LNG 발전설비와 함께 분산에너지 생산설비 설치비용도 부담키로 합의해 시와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발전사들과 산단 내 지붕형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마련하고 갑천과 유성구 기성동 등 도시 외곽에도 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구축해 분산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