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맥아더처럼 미 의사당서 추도식... 첫 한국전 영웅 고 퍼켓 대령

입력
2024.04.30 14:00
한미 양국서 모두 최고 무공 훈장
하원의장 “용기·명예, 차세대 모범”
예외적 예우… 한국계 미군 찬송도

한국·미국 양국에서 모두 최고 무공 훈장을 받은 6·25전쟁 영웅 고(故) 랠프 퍼켓 주니어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을 추도·문상하는 행사가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렸다. 6·25전쟁 참전 용사 중 미국 의사당에서 조문 행사가 거행된 것은 고인이 유일하다.

지난 4월 8일 조지아주(州) 콜럼버스 자택에서 97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인의 유해는 유골함에 담겨 이날 오후 2시 의사당 동쪽 계단에 도착했다. 의장대는 훈장 등을 건 유골함, 삼각형 모양으로 접힌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직경 29.2m, 높이 54.8m인 의사당 2층 중앙 원형 홀 ‘로툰다’로 향했다.


미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 추도사

추도식은 이곳에서 오후 2시 30분쯤 미국 하원 마가렛 키번 목사의 기도로 시작됐고, 추도사가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퍼켓 대령의 모토가 ‘거기에 있으라’였다며 “1950년 11월 추운 날 퍼켓 대령은 조국과 동료 병사들을 위해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장남이 곧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다고 전한 뒤 “제 아들과 다음 세대 군인·전사들이 퍼켓 대령을 모범 삼아 위대한 가치인 용기와 명예를 열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50명 규모의 제8레인저 중대 지휘관을 맡은 고인이 10대 1이란 수적 열세 속에서 싸웠던 205고지 전투를 언급하며 “그는 여러 번 자기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후대 군인 마음속에 그의 용기와 자기 희생은 이 위대한 인물의 영원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도식에는 양당 지도부 외에도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민주·미네소타), 한국계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민주·워싱턴) 등 의회 인사들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 전·현직 군 수뇌부가 참석했다.

추도식 뒤에는 유골함이 오후 6시 의사당 밖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일반인 조문도 허용됐다.

6·25 참전용사 중 미 의회 '국가 안장'은 처음

의회에 유해를 안치하고 조문을 받는 ‘국가 안장(lying in State)’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원 의원, 군 지도자 등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인사가 숨졌을 때 예외적으로 이뤄지는 최고 예우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의 유해가 의회 로툰다 홀에서 조문을 받았다. 6·25전쟁 참전 용사로는 고인이 처음이다.

추모 찬송가 가창은 한국계 미군이 맡았다. 미국 육군 군악대 ‘퍼싱즈 오운’ 소속 에스더 강 하사는 존슨 의장과 매코널 원내대표 추모사가 끝난 뒤 찬송가 ‘저 장미꽃 위에 이슬(In the Garden)’을 불렀다.

1950년 8~11월 6·25전쟁에 참전, 제8레인저 중대를 이끌고 북한군을 38선 이북으로 후퇴시키는 데 일조한 고인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최고 훈격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무공 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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