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맞서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6일 회의에서 자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 나라엔 ‘상호주의’에 따라 똑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을 개정했다. 이는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슈퍼 301조에 입각,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현 7.5%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지시한 데 따른 맞불 성격이 강하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강력 반발한 바 있다.
12월부터 시행될 중국의 새 관세법은 '보복 관세'를 처음으로 법에 명시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중 기술 경쟁이 전방위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중국의 초저가 밀어내기 덤핑 수출과 불공정 무역에 대한 강경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중국산 제품 800여 종에 25% 관세를 부과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60% 관세까지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 민심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관세 보복전이 가시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중국으로 향하던 우리의 중간재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길 잃은 값싼 중국산 상품은 국내로도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이미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의 산업재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소비재 공습은 가공할 정도다. 해외 수출 시장에서는 중국산과 더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모처럼 회복된 수출이 다시 꺾이지 않도록 민관정이 힘을 모아 무역전쟁에서 살길을 개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