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중국 현지 업체와 배터리에 이어 정보기술(IT) 솔루션 협력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기차 키우기로 바뀌면서 유난히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기아도 시장 공략의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27일 중국 베이징 요세미티 호텔에서 송창현 현대차 AVP(미래차플랫폼) 본부장 사장, 왕윈펑 바이두 IDG(Intelligent Driving Group) 총괄·바이두그룹 부총재 등이 참석해 '중국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8일 밝혔다.
커넥티드 카란 자동차와 스마트 기기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바이두는 이용자가 2억 명이 넘는 인공지능(AI) 챗봇 '어니'를 개발, 운영하는 중국 빅테크 업체로 직접 개발한 AI를 담은 자율주행차도 만들고 있다. 현대차는 바이두와 자율주행, 지능형 교통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갈수록 데이터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스마트 클라우드 활용 등에서 현실적으로 현지 업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설비는 줄이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말 충칭 공장을 16억2,000만 위안(약 2,960억 원)을 받고 '위푸공업단지건설유한공사'에 넘겼다. 2021년에는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5개 현지 공장 가운데 3개(베이징 2·3공장, 창저우공장)만 남은 셈이다.
중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 가운데 전동화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꼽힌다. 이런 추세 속에서 10년 전 10%를 웃돌았던 현대차·기아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1%대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주로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던 현지 설비는 줄이고 현지 업체와 소프트웨어(SW) 및 부품 협력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율이 25%에 달하는 상황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현지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베이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현지의 스마트카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인 닝더스다이(CATL)와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베이징현대는 25일 베이징모터쇼에서 CATL과 '중국 NEV(신에너지차) 시장 대응 및 중국 내 전동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현지 전기차 모델을 공동 개발하려는 것. 앞서 현대차 코나EV와 니로EV, 기아 레이EV에도 CATL의 배터리를 넣기로 했다.
이 같은 중국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 미국의 공급망 규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기아 차량에는 중국산 배터리나 SW를 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