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암으로 통하는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새 치료법이 개발됐다.
고영일·박창희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한국 림프종 임상연구 콘소시움(CISL) 공동 연구팀은 DLBCL 치료에 BTK억제제·레날리도마이드·리툭시맙 병용 치료를 진행한 2상 임상 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DLBCL은 빠르게 진행하는 공격성 림프종이다. 악성 림프종의 절반 이상은 이 유형으로 알려졌다. 리툭시맙 등 항암제를 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는데 환자 10명 중 4명은 1차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치료 후 재발을 경험한다.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법이 도입되면서 환자들의 치료 경과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절반 정도는 기대 여명(餘命)이 6개월에 불과하다. 재발·불응성 환자의 사망률이 높아 이들을 위한 새 치료법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표적항암제 ‘BTK억제제(아칼라브루티닙)’와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사용하는 면역항암제 ‘레날리도마이드’, C20 표적항암제 ‘리툭시맙’을 병용 항암 요법(R2A요법)을 개발했다. 이 요법을 환자 66명에게 투여해 치료 반응을 관찰하는 단일군 2상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평균 9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은 54.5%로 전체 환자 절반 이상이 종양 크기가 줄거나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 관해(寬解·Complete Remission)는 31.8%였다. 1년 무진행 생존(PFS) 비율은 전체 환자의 33.1%로 환자 3명 중 1명은 1년간 종양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BTK억제제가 저위험 림프종뿐만 아니라 공격성 림프종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항암제에 기반한 병용 요법이 재발·불응성 DLBCL을 완치하는 새 접근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R2A요법이 효과를 내는 환자군을 규명하기 위해 DNA, RNA, 단백질 기반 바이오 마커 분석을 추가로 실시했다. 이를 통해 MYD88 돌연변이를 가졌거나 NF-κB 단백질 작용이 활성화된 환자는 유의미한 치료 반응을 보였다.
고영일 교수는 “BTK억제제 기반 항암 치료는 CAR-T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DLBCL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검증된 R2A요법을 최근 개발 중인 이중 항체 치료, CAR-T 치료와 병용한다면 생존율을 높이는 또 다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