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회의 빠지고 중국 가는 푸틴… "우크라 공세 강화 선언"

입력
2024.04.26 17:30
푸틴 "5월 중국 찾을 것"… 5선 후 첫 행보
스위스 평화회의에는 "어떤 형태로든 불참"
'중국 관계 관리하며 우크라 공세 강화' 해석

'다음 달 중국과 정상회담을 연다.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의를 위한 국제 정상회의는 불참한다.'

러시아가 25일(현지시간)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중 일정을 직접 확인한 한편, 스위스가 6월 중 주최할 예정이었던 평화 회의는 거부하겠다고 러시아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對)중국 관계를 관리하면서 우크라이나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 회의에서 "5월에 중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5선'을 확정 지은 이후 첫 해외 행보다. 방중 날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블링컨 방중 맞춰 발표… "대중 관계 과시"

5월 방중은 러시아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미사일·탱크·항공기 제조에 쓰인 반도체 90% 이상을 수입한 데다가, 외교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소통 창구이기도 하다.

로버트 로스 미국 보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 역시 러시아에 의해 주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직후 나온 점도 의미심장하다. 블링컨 장관은 24일 사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2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만났다. 미국이 최근 중국에 러시아 지원 중단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가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발표 일정을 일부러 맞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CMP는 "이날 발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3주 전 중국과 러시아가 '제한 없는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한 후 양국 관계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러시아 없는 우크라 논의 무의미"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을 협의하기 위한 정상회의에 불참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앞서 스위스는 오는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120여 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하는 평화 회의를 열 계획이었는데, 러시아는 이날 "어떤 형식으로든 참석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세르게이 가모닌 주스위스 러시아 대사는 이날 러 국영 스푸트니크통신에 "러시아의 참여 없이 이뤄지는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