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체 구기 종목의 몰락… 파리 올림픽 생존 종목은 여자 핸드볼 하나뿐

입력
2024.04.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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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축구 본선 진출 실패로
48년 만에 선수단 규모 200명 선 무너질 듯
여자 핸드볼 유럽 강호들과 한 조... 고행 예고

한국 축구가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이로써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의 구기종목은 여자 핸드볼 단 1개로 확정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연장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1988 서울 올림픽부터 9회 연속 본선에 출전했던 한국축구는 결국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단체 구기종목은 그야말로 대참사를 맞았다. 파리 대회에서 열리는 단체 구기종목은 핸드볼 수구 농구 하키 축구 핸드볼 럭비 배구 총 8개인데, 한국은 이 중 여자 핸드볼 선수단만 파리에 파견하게 됐다. 농구와 배구는 남녀 모두 처참한 경기력을 보이며 일찌감치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효자 노릇을 했던 하키와 남자 핸드볼도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개별 선수단 규모가 큰 구기종목이 대거 탈락하다 보니 전체 선수단 규모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50명이 출전했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200명 선이 무너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국제정세 불안 등으로 1980년 모스크바 대회에 불참했던 한국은 1984년 LA 대회부터 줄곧 200명 이상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1988 서울 올림픽 당시에는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477명의 선수가 본선 무대를 밟았고,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도 300명이 출전했다. 구기종목이 역대 최악의 예선 성적표를 받아 든 이번 올림픽에는 최대 170~180명이 출전할 전망이다.

그나마 여자 핸드볼이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것이 위안거리지만, 본선 상대들이 만만치 않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한국은 노르웨이 독일 슬로베니아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B조에는 헝가리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앙골라가 속했다. 파리 올림픽 핸드볼은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상위 4개 팀이 8강에 오른다. 이후 8강 토너먼트를 통해 메달 색깔을 가린다.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8강 진출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여자 핸드볼에서 유일하게 3차례 우승을 차지한 덴마크, 2008년·2012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노르웨이 등이 같은 조에 포진해 있다. 또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 3, 4위에 오른 바 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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