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 '팔 지지' 반전시위서 수백 명 체포돼… 무력 진압 논란도

입력
2024.04.26 08:14
"5월 졸업식 앞둔 대학, 시위 정리 서둘러"
에머슨대 108명 연행·경찰 4명 부상
에머리대, 경찰 과도한 무력 진압 논란

미국 대학가 내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한층 격렬해지면서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강제 해산에 나선 경찰에 학생들도 저항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다음 달 졸업 시즌을 앞둔 대학들이 교내 정리를 위해 경찰 투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보스턴의 에머슨대에서는 시위대 108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맞서면서 경찰관 4명이 다쳤다.

전날 로스앤젤레스 남가주대(USC)에서도 시위대 93명이 체포됐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도 시위와 관련해 57명이 연행됐다. 기마대를 포함해 진압봉 등으로 무장한 텍사스주 경찰이 대규모로 출동해 학생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되기도 했다.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의 에머리대에서도 경찰이 시위대의 텐트를 철거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 측은 "경찰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경찰이 후추 스프레이·최루가스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조지아 지부는 성명을 통해 "에머리대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과 최루탄·고무탄을 사용했다"며 "학교 측과 경찰은 현재 에머리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계인 민주당 소속 루와 로먼 조지아주 하원의원도 성명에서 "조지아주 순찰대가 테이저건과 가스 등 극단적인 폭동 진압 전술을 사용한 것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었던 시위를 위험하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위험한 탄압이 계속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버드대에서는 학교 측이 대부분의 출입문을 잠그고 광장 진입을 차단하는 등 시위를 차단하려 애썼지만, 전날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위원회' 활동금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고 시위대가 농성 텐트 14개를 설치했다.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에서도 시위가 본격화했다. 엘렌 M. 그랜버그 조지워싱턴대 총장은 텐트를 친 시위대가 "과거의 일부 시위와는 달리 대학 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여러 대학 정책을 위반했다"며 텐트를 철거하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대도 이날 오전 대학원생 2명이 농성 텐트를 치다가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대학에서 텐트는 철거됐지만 시위는 계속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뉴욕대에서 시위대 133명이, 예일대에서 48명이 각각 경찰에 연행됐다.

교정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인 시위대와 대치 중인 학교 측은 연중 최대 행사인 졸업식을 앞두고 공권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고 미 언론은 전했다. AP통신은 "졸업식이 다가옴에 따라 각 대학이 시위를 빨리 끝내기 위해 경찰을 신속하게 불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