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한 측근 인사들이 2020년 애리조나주(州)에서 대선 결과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24일(현지시간) 대거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를 피했으나 ‘범죄의 공모자’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대배심은 이날 줄리아니 전 시장 등 18명을 음모와 사기, 위조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메도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고 법률 전략가로 꼽히는 보리스 엡슈타인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줄리아니 전 시장과 메도스 전 실장은 지난해 8월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상태다.
이날 애리조나 마리코파카운티 1심 법원이 공개한 공소장을 보면, 피고인들은 2020년 대선 당시 애리조나주 선거인단을 통째로 바꿔, 최종 승패를 가르는 전국 선거인단 집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도록 음모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크리스 메이즈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은 별도 성명에서 “너무 중대한 사안으로, 미국 민주주의가 저해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이 직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각 주의 선거인단이 해당 주 유권자 다수가 선택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간접 방식으로 대선을 치른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트럼프가 패배한 주의 선거인단을 바꿔치기하고 이들이 유권자의 뜻과 달리 트럼프에게 투표하도록 함으로써 결과를 바꾸려 했다는 것이다.
이미 4건의 형사 재판에 회부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과 함께 ‘공모자 1’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NYT는 엡슈타인 기소에 특히 주목하며 “트럼프 변호팀의 ‘쿼터백’ 역할을 해 온 인물로, 이번 주 뉴욕에서 시작된 형사 재판(성추문 입막음 관련 사건)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짚었다.
당사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 대변인인 테드 굿맨은 “사법 제도의 지속적인 무기화는 국가에 영구적인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기소 결정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변인인 스티븐 청도 “민주당이 법 체계를 무기로 삼은 또 다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