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을 위한 2차 실무회동이 어제 빈손으로 끝났다. 양측이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회담 시기는 순연될 전망이다. 윤 정부 출범 후 2년 만의 첫 영수회담이 국면전환용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합의 가능한 의제 조율은 필요하다. 그러나 회담 전 지나친 신경전은 정치 복원과 민생 해결이라는 취지는 물론 국민 기대와 거리가 멀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영수회담에서 총선 공약인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문제를 꺼낼 것이라고 밝혔다. 24일엔 영수회담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에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채 상병 특검은 영수회담 의제에서 피해 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강경파까지 '총선 민심'을 명분으로 의제를 추가하고 나섰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대통령 사과, 언론 탄압, 방송 장악에 대한 대통령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다. 대통령실은 지원금에 대해 "선별 지원을 위한 추경은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거부권에 대한 사과 요구에는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선을 그었다. 의제 조율부터 정략적으로 접근해선 회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이 야당 의견을 경청하겠다면서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의제만 선별하려 하고,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회담에 과도한 조건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만나서 고물가·고환율, 의정 갈등 등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화가 무르익는다면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현안에 대한 의견도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도 의석수만 앞세울 게 아니라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의제를 둘러싼 지나친 기싸움으로 회담에 대한 기대를 식게 만들거나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서로 양보와 절충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