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우주 핵무기 경쟁 방지’ 두고 안보리서 충돌

입력
2024.04.25 08:59
미국 주도 결의안, 러 거부권 행사로 부결돼
미 “부끄러운 결과” vs 러 “자체 결의안 상정”

우주 공간에서의 과도한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날 위성요격용 핵무기(우주 핵무기)의 우주 배치 금지 등을 담은 결의안을 논의했으나,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 처리했다. 중국은 기권했다. 두 나라를 제외한 다른 이사국(비상임 포함) 13개국은 모두 찬성했다.

미국이 초안을 만든 이번 안건에는 △1967년 발효한 유엔 우주조약 준수 의무 확인 △대기권 밖 공간의 평화적 이용 △우주에서의 군비 경쟁을 막는 목표 실현을 위한 적극적 노력 등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겼다. 유엔 우주조약은 냉전 시절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가 우주 공간에 핵무기를 배치해 우발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체결됐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위성 공격용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러시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결의안 부결 이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결과”라며 러시아를 직격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의 오늘 거부권 행사는 많은 물음표를 낳게 한다”며 “이미 규칙을 따르고 있다면, 이를 재확인하려는 결의안을 왜 지지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우리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우주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네벤자 대사는 우주 평화를 위한 자체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이사국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수정안도 안보리에서 부결됐다. 양국이 내놓은 수정안은 “모든 국가가 우주 공간에 무기를 배치하거나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향해, 지구에서 우주 공간의 물체에 대해 무력을 위협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영원히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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