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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는 베트남전(1955~1975년)을 미국전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맞서 싸운 전쟁이라서다. 베트남전이라는 명칭 자체에 미국의 시선이 반영돼 있는 셈이다. 드라마 ‘동조자’는 ‘미국에선 베트남전, 베트남에선 미국전’으로 불린 전쟁의 막바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은 ‘캡틴’(호아 쉬안테)이다. 그는 남베트남 정부 비밀경찰 조직에서 일한다. 조직의 수장 ‘장군’의 비서다. 간첩 잡는 일을 하는 그는 알고 보면 북베트남 첩자다. 비밀경찰로 일하며 주요 정보를 빼낸다.
캡틴은 곧 일의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본다. 미국 철수와 남베트남 패망이 눈앞이라서다. 그의 기대는 곧 꺾인다. 미국으로 도망 간 장군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니 감시하라는 지령이 내려진다. 전쟁이 끝나고도 미국에서 이중간첩 일을 지속해야 할 처지다. 캡틴은 프랑스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몸 자체에 식민 역사가 새겨져 있다.
캡틴은 미국 문화를 동경한다. 미국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베트남민족주의와 공산주의를 신봉하나 정신적 문화적으로 경계선에 서 있다. 그가 바라보는 베트남전과 그가 경험하는 미국 ‘망명’ 생활은 태생적으로 냉소적이면서도 객관적이다.
캡틴을 통해 전해지는 베트남전은 우리에게는 낯설고 신선하다. 미국의 시선으로 봤던 베트남전과는 관점부터가 다르다.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을 앞두고 벌어지는 장면들은 우리가 기성 극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패색이 짙어진 사이공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정을 다지는 캡틴과 죽마고우들, 살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는 베트남인들의 아귀다툼, 사이공 중심부에서 암약하는 북베트남 첩자들의 활약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박찬욱 감독이 1~3회를 연출했고 각본을 썼다. 드라마 전체를 관할하는 쇼 러너로 일하기도 했다.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과 정교한 편집, 화면에 조응하는 음악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보는 재미를 빚어낸다.
박 감독의 서늘한 유머가 빛나기도 한다. “아이비리그 대학 나온 미국인은 왜 다들 흑인 피가 섞여 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장군)는 대사처럼 미국인의 위선을 찌르는 유머들이 적지 않다. 식민지배의 아픔과 냉전의 상처 등 서글펐던 역사를 복기하기 위해서는 웃음이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박 감독은 여기는 듯하다.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 클로드와 동양학 교수 해머, 영화감독 니코, 하원의원 네드 등 4개 역을 홀로 담당해 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도 쏠쏠한 볼거리다. 박 감독은 네 인물이 모두 미국의 얼굴이라는 생각에 다우니 주니어에게 1인 4역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