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일본 내 유통되는 농산물의 13.6%는 여전히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방사능 검출 빈도와 검출량도 이전보다 크게 늘어 일본산 식품의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 일본산 농축수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자국에서 유통되는 식품의 방사성물질 세슘 오염 여부를 검사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합은 원전 사고 이후 식품 오염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검사한 식품 4만5,759건 중 3,628건(7.9%)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검출률은 2022년 11.5%에 비해 소폭 떨어졌지만 시계를 넓히면 증가 추세다. 2018년 검출률은 1.83%, 2020년은 3.57%, 2021년은 9.9%였다.
농산물의 세슘 검출률은 13.6%였다. 두릅의 검출량(이하 1kg당)은 최대 670Bq(베크렐)로 기준치(100Bq)의 6.7배였고, 메밀(430Bq)과 죽순(270Bq)에서도 상당량이 검출됐다. 큰비단그물버섯(340Bq), 송이버섯(230Bq) 등 버섯류도 검출량과 검출률이 높았다. 산림과 토양에 방사성물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생산지별 농산물의 세슘 검출률은 우리 정부가 수입을 금지한 8개 지역(후쿠시마 등)이 13.9%, 그 외 지역이 11.0%였다. 안재훈 활동가는 “수입금지 외 지역 식품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고 검사 사각지대도 있는 만큼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슘 검출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야생조수육(36.7%)이었는데 살아있을 때 산나물 등을 섭취한 영향으로 보인다. 야생 멧돼지고기에선 최대 1,500Bq이 검출됐다.
수산물의 세슘 검출률은 4.0%였고, 담수어가 해수어보다 더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현 담수어는 곤들매기가 최대 160Bq, 산천어가 140Bq 등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강물 오염은 바다 오염으로 이어지는 만큼 담수 오염 수위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해수어 가운데 세슘 다량 검출 상위 1, 2위가 후쿠시마산 농어(33Bq)와 쏨뱅이(30Bq)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검출률이 0.0%였던 것과 사뭇 다른 결과로, 도쿄전력이 지난해 8월부터 방류한 방사능 오염수와의 연관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단체의 지적이다. 실제 후쿠시마 1원전 항만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은 기준치 180배인 1만8,000Bq이 검출됐고, 12월엔 노래미(400Bq), 가자미류(540Bq)도 상당량이 검출됐다. 최경숙 에너지기후팀장은 “고농도로 오염된 물고기가 잡히는데도 일본 정부는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에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해양 투기 중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