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사는 플로리다서 “임신중지 범죄화 책임” 맹공

입력
2024.04.24 14:10
시행 임박 낙태 금지법 책임론
권리 복원 약속하며 투표 독려
뉴욕 법정 트럼프엔 불리 증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곧 임신중지(낙태) 금지법이 시행되는 플로리다주(州)를 23일(현지시간) 찾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연방 차원의 권리 복원을 약속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을 지급하고 회사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뉴욕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들었다.

“사는 곳이 권리 결정? 안 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탬파 힐즈버러커뮤니티칼리지 유세에서 “미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임신중지 금지법 중 하나가 다음 주 이곳 플로리다에서 발효될 예정”이라며 “그것은 여성이 임신했는지를 알기도 전에 생식 보건(임신중지)을 범죄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내려진 주 대법원의 합헌 판결로, 다음 달 1일부터 플로리다에서는 강간·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이나 긴급 의료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 시술을 할 수 없게 된다.

플로리다뿐 아니다. 25개 주 여성이 비슷한 처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49년간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6월 연방 대법원이 폐기한 뒤 권리 제한에 나선 주들을 언급하며 “미국 여성 3명 중 1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악몽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트럼프”라며 대선 경쟁자를 직격했다. 재임 때 대법관 3명을 지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 우위 대법원을 만들었고 이것이 임신중지권 공백을 불렀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논리다.

임신중지 위법 판단을 각 주에 맡기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도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했다. “임신중지는 연방 헌법 차원 권리여야 한다”며 “어디 사느냐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투표할 때 우리가 트럼프와 극우 공화당원에게 미국 여성은 건드리지 말라는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주 유권자 위기감 공략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심판론’을 역설한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는 곳이다. 보수색이 강한 공화당 우세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신중지권은 ‘적진’에서 여성 유권자를 흔드는 민주당의 반전 카드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뒤 주별로 임신중지 관련 주민 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히려 위기감은 금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 지역 유권자가 더 강할 수밖에 없다.

11월 대선 때 임신중지 허용 찬반을 주민 투표에 부치기로 한 주는 플로리다 등 3곳이다. 다른 8개 주에서도 추진 움직임이 보인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임신중지권이 쟁점화할수록 민주당은 유리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열세 지역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임신중지권 이슈의 인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부탁 받고 폭로 묻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안방’에서 맹공을 퍼붓던 날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 출석해야 했다. 그는 취재진에 “바이든이 자유롭게 선거 운동을 하는 동안 나는 법정에 갇혀 있었다”며 투덜댔다. 재판마저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검찰이 증인으로 부른 미국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의 전 발행인 데이비드 페커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로부터 선거 운동 지원 부탁을 받고 그에게 불리한 기사를 매수한 뒤 묻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페커가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주고 은폐한 것은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혼외 관계였다는 성인잡지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도걸의 폭로였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