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보다 쉽게 대학원 정원을 늘릴 수 있게 규제가 완화된다. 대학이 저출생으로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학부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정원을 늘려 유연하게 상황에 대응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국내 대학원도 10곳 중 9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터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2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학이 사회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자율적 혁신을 활성화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학령인구 감소, 성인학습자 재교육 수요에 대응해 대학 내 정원 조정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정안에 따라 비수도권 대학은 대학 설립과 운영에 관한 최소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대학원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대학이 정원을 늘리려면 △교원 △교지 △교사(교육·연구용 건물) △수익용기본재산(학교 경영에 필요한 수익을 내기 위한 재산)의 '4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비수도권 대학원은 이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대학의 학과 개편이 용이해져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학과를 개편하는 등 자율적 혁신이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원이 학사·석사 정원을 줄여 박사 정원을 늘리기도 쉬워진다. 학사·석사·박사를 총정원 안에서 늘리고 줄이는 상호조정은 교원확보율이 65% 이상인 대학만 가능했는데 이런 제한을 푼 것이다. 교원확보율이란 각 전공계열별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로 계산한 교원 정원에 비해 실제 재직 중인 교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상호조정 기준도 완화된다. 종전에는 박사 정원 1명을 늘리려면 학사 또는 석사 정원 2명을 줄여야 했는데, 앞으로는 학사나 석사 1명을 줄이면 박사를 1명 늘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대학원이 있는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일반 대학원의 재학생 충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188개교 중 167개교(88.8%)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대학들은 부족한 입학생을 법령에 따라 별도 정원(정원 외)으로 분류되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지만, 서 의원에 따르면 정원 외 학생을 더해도 정원 미달 대학원이 83개교(46%)에 달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구조적 문제라 규제 완화 중심의 접근으로는 풀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원 인력 수급은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며 해법을 찾을 문제이지, 규제를 풀어 '한 사람이라도 모아봐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대학원 교육의 질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