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51% "이민 가고파"...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그곳

입력
2024.04.24 04:30
25면

편집자주

초 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남아메리카 북서부 에콰도르가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곳’으로 떠올랐다. 에콰도르는 최근 대선 후보 피살, 방송국 괴한 난입 등 폭력ㆍ살인 사태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갤럽의 2023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밤에 거주지 근처를 홀로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에콰도르 국민의 2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19년(45%)과 2020년(49%) 답변에 비해서도 급감한 수치다.

특히 이 나라 서부 해안지역 과야스는 해당 수치가 2020년 55%에서 지난해 11%까지 떨어졌다. 살인 범죄 외에도 “(2023년에) 돈ㆍ재산을 도난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과야스 주민은 39%나 됐고, “물리적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주민도 24%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야스 주민의 51%는 “다른 국가로 영구 이민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15%는 “향후 1년 내 다른 도시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갤럽은 “전쟁 지역을 제외하면 과야스는 세계 최악의 치안 불안 지역”이라며 “과야스 주민의 상당수는 ‘폭동 테러 살인이 일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에콰도르는 마약 밀매 갱단의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됐는데, 세력을 확대하려는 갱단 간 분쟁이 극심해졌다. 특히 과야스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 야당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가 선거 직전 피살됐고, 갱단이 방송국에 난입하는 등 초유의 폭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 통계업체 Statista도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에콰도르 인구 10만 명당 피살자 수도 2019년 7명에서 2021년 14.0명, 2022년 25.9명, 2023년 44.5명으로 급증했다. 갤럽은 “치안 문제를 책임진 법 집행 기관(사법부, 경찰력)이 국민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라고 해석했다. 갤럽의 2023년 조사에서도 에콰도르 국민은 사법부(72%)와 경찰(56%)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야스 지역(사법부 78%ㆍ경찰 67%)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한편 에콰도르 정부도 21일 헌법ㆍ법률 개정안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시행, '범죄와의 전쟁'에 나섰다. 전체 인구 1,800만 명 중 만 18~64세 1,300만 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는 △마약 밀매ㆍ갱단 등 '범죄와의 전쟁'에 군병력 지원 및 장병 거리 배치 허용 △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에콰도르 국민을 해당국 요청에 따라 외국으로 인도 △압수된 무기의 군ㆍ경 인도 및 즉각 사용 △살인범 등 형량 강화 및 만기 복역 명문화 등에 대한 찬반 의사를 유권자들에게 물었다. 갤럽은 “36세의 젊은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강력한 범죄 억제책을 시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라고 덧붙였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