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육식 위주 식사·인스턴트·패스트푸드 섭취가 원인될 수도

입력
2024.04.22 08:50

또래 아이보다 성적 성숙이 빠르게 진행되는 성조숙증 어린이가 늘면서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또래 아이보다 너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미루고 방치하다가는 아이들의 성장 곡선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조기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여자 어린이의 경우 8~9세, 남자 어린이는 9~10세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을 ‘조발(早發) 사춘기, 성조숙증’라고 한다.

키 성장 속도가 또래 어린이보다 너무 빠르거나 신체 검사에서 8세 이전 여자 어린이가 유방 발육이 이루어질 때, 9세 이전 남자 어린이에게서 고환이 커지는 현상을 보인다면 성조숙증일 가능성이 있다.

집에서 유방이나 고환 발육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렵다면 또래 아이들보다 내 자녀의 성장 속도를 확인해 보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대한소아과학회나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서 발표한 성장곡선표를 참고해 너무 크거나 작을 때 병원을 찾으면 된다.

성조숙증은 성선 호르몬의 작용 여부를 기준으로 진성 성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으로 나눈다. 진성 성조숙증은 뇌하수체-시상하부가 활성화돼 난소나 고환을 자극해서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발생한다.

성선 자극 호르몬 의존성 성조숙증이라면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뇌염 등의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대부분 별다른 원인이 없을 때가 많다.

반면 가성 성조숙증은 뇌하수체-시상하부에서 활성화돼 난소·고환이 호르몬을 분비하는 과정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성 조숙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 난소 낭종, 멕큔-올브라이트증후군이 해당된다. 이와 같이 의심되는 경우 진단을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검사 등으로 원인을 파악해 빨리 치료해야 한다.

성조숙증은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은 키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아직 어린이에게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엔 잘 크는 것 같아도 골연령이 빨라지기에 사춘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어린이보다 성인 키가 작을 수 있다.

또 너무 어린 나이에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또래와 다른 성장 속도 때문에 아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찍 분비되기 시작한 성호르몬은 유방암·난소암 등 호르몬 영향을 받는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성조숙증을 치료하면 골 연령이 빨라지는 것을 조절해 성인 키가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춘기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많고, 저지방 고단백 식사와 함께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다. 유산소운동으로 적절한 체중 관리 및 규칙적인 생활 습관, 조기 수면 등도 중요하다.

조자향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여자 어린이의 사춘기 시작 시기가 빨라지는 추세”라며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섭취가 성 조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환경호르몬이나 내분비 교란 물질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지므로 사춘기가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