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서경수의 성장은 어디까지일까. 앙상블로 시작해 한 작품의 주역까지 다다르면서 매번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서경수다. 이 가운데 서경수는 '일 테노레'로 자신의 스펙트럼 한계를 뛰어넘었다.
서경수는 최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신한은행홀에서 본지와 만나 뮤지컬 '일 테노레'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일 테노레'는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 이인선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작품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과 오페라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과 이수한 세 사람을 통해 비극적이고 어두운 시대 속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찬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중 윤이선으로 분한 서경수는 순수하고도 선한 면모가 돋보이는 의대생의 모습은 물론, '오페라'를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새롭게 찾은 꿈을 이루기 위한 진취적인 면모를 섬세한 연기력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서경수는 "겁이 났다"라면서 수줍은 면모를 보였다. 그럼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인터뷰에 임한 이유는 '일 테노레'를 향한 애정 때문이란다. "모든 작품을 사랑하지만 특히 이 작품을 사랑하고 있어요. 공연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고 제작사에 요청했습니다."
서경수는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이 겪는 청년부터 노년까지의 드라마틱한 일대기와 감정선을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하면서 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배우 서경수, 또 인간 서경수에게 '일 테노레'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한 청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오랜만이었다는 서경수는 "너무나 행복하게 준비했다. 그만큼 아픈 시간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이대로만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날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특히 서경수는 리딩 첫 날 이 작품과 '운명'이라고 직감했다면서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무시한 감정이 끓어올랐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소화하게 된 성악가 역할은 가시밭길이었다. 윤이선은 오페라를 접한 후 의대를 접고 성악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서경수가 초반 제의에 의구심을 가졌던 이유다. 서경수는 "주로 하는 발성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컸다.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발전 속도가 굉장히 더뎠다. 지금도 흉내를 내고 있지만 다방면으로 노력을 해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실제로 해부학 레슨부터 실제 성악가들을 만나 발성을 연습했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지점이다. 오디션 당시 제작진은 서경수의 성악 실력보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발탁했고 지금의 결과물이 탄생했다.
2006년 19세의 나이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앙상블로 데뷔한 만큼 다른 길을 꿈꾸기도 했단다.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던 서경수를 말린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서경수는 윤이선의 열정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처음 오페라를 접했을 때의 감정이 닮았다. 제가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점점 자연스럽게 애정을 깨닫게 됐다. 심장에 불이 켜지는 순간이 윤이선과 닮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 안의 것들을 끌어와서 만든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점은 별로 없다고 느껴졌다"라고 말하며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만족감은 어땠을까. 서경수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하고 있다. 발전이란 죽을 때까지 가져야 하는 마음이다. 이 정도면 됐지 라는 마음보단 계속 발전하면서 무대 위의 생명력이 존재하게끔 노력하는 중이다"라고 작품관을 내비쳤다.
올해로 뮤지컬 배우가 된 지 18년차인 서경수. 그간 서경수가 늘 뮤지컬만은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경수는 뮤지컬을 포기하려고 각오했다. 그는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러자 파노라마처럼 제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떠오르면서 마음에 걸렸다. 그제야 제가 얼마나 뮤지컬을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그가 달라진 순간이기도 하다. 자신 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은 스스로를 더욱 발전하는 태도로 바뀌게 됐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