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만에 첫 영수회담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제 선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 대표 언급대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지원금' 등 민생 현안이 최우선이다. 고민은 윤 정부를 직접 겨냥한 채 상병 특검법 등 정권의 아킬레스건 공략이다. 여덟 차례 제안 끝에 성사된 만남이라 회담 성과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4·10 총선 압승을 있게 한 정권심판의 핵심 의제를 빼놓을 경우 되레 내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영수회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의제 등 회담 준비에 나섰다.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이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22일 회담 시기와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3, 26일에 이 대표 관련 재판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점은 24, 25일이 유력하다.
시기보다 어떤 의제를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총선 승리 이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지원금'과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등이 우선이다. 실제 당내에서도 "쟁점으로 회담을 끝내기보다는 합의 가능한, 시급한 문제부터 두 분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정청래 최고위원)는 주장이 제기된다.
문제는 채 상병 특검법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에 대한 접근법이다. 총선 이후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의 21대 국회 처리를 공언했고, 당 내부에서도 영수회담에서 꼭 다뤄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날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여당의 국면전환용 쇼가 아니라면, 경제·물가·외교와 같은 민생 현안은 물론 채 상병 특검과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한 논의도 가감 없이 국민들에게 보여 드리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이날 "윤 정부의 실정으로 나타난 여러 현안 중에서도 특히 채 상병 특검을 마지노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경쟁적 동반자 관계로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조국혁신당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영수회담과 관련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과 김 여사 특검법 등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요구에 성실히 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국혁신당은 지난 19일 녹색정의당과 새로운미래, 진보당에 보수 야당인 개혁신당까지 5개 정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을 향해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있지만, 이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 대표를 향한 압박도 담겨 있는 셈이다.
결국 이번 회담의 결과는 이 대표의 결심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협치를 강조하면서 실질적 성과를 내느냐, 아니면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정권과의 대립각을 더 확실하게 세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제1 야당 대표로서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지를 두고 섬세한 접근에 나서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