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스페이스X 육성'... 민간 우주산업에 9조 지원하는 일본

입력
2024.04.21 15:30
12면
JAXA 올여름 지원할 기업·대학 선정
일본, 2030년 우주 시장 71조로 키운다

일본 정부가 우주산업을 키우기 위해 10년간 1조 엔(약 8조9,000억 원) 규모의 '우주전략기금'을 올해 여름부터 운용한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일본판 스페이스X'를 만들어 세계 우주 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우주전략기금을 만들어 민간 기업과 대학에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일본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총무성은 앞서 이달 공모할 주제를 제시했다. 다수의 인공위성 연계에 의한 통신망 구축 가속화와 달 표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시스템, 로켓 발사 고빈도화와 가격 절감 기술 등 총 22가지다. 일본 내각부 우주정책위원회가 이달 안에 지원할 주제를 결정하면 JAXA는 올여름부터 공모를 시작해 지원 기업·대학을 선정할 방침이다.

NASA 지원에 스페이스X 나온 것처럼…

일본 정부가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세계 우주 시장을 서둘러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산업 시장이 2040년 1조 달러(약 1,379조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지난해 '우주기본계획'을 개정해 일본 국내 우주산업 시장을 2030년까지 8조 엔(약 71조4,000억 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4조 엔)의 2배 규모로 커지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우주전략기금을 활용해 '일본판 스페이스X' 같은 우주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아사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지원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성장한 것처럼 JAXA도 같은 기능을 만들려는 목표가 있다"고 짚었다.

"JAXA 거액 기금 운용 처음인데" 우려도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30회 로켓 발사'를 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세계 로켓 발사 성공 횟수는 총 212건으로, 일본은 2회에 그쳤다. 미국이 108건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중국이 68건이었다. 우치다 아쓰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아사히에 "우주 분야는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장기적 연구계획을 세울 수 있어 기업과 대학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JAXA의 주요 업무는 연구 개발로, 거액의 기금을 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사히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연구 개발 능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자금 공급의 책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