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영종도의 작은 선착장 난간에 갈매기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오늘은 안개 속이라 먹이를 찾는 것을 포기한 듯 밀려오는 파도만 하염없이 지켜볼 뿐이다. 그때 갑자기 무리 중 갈매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낮게 날아올라 날카로운 눈길로 먹이를 찾는다. 잠시 후 먹이를 찾았는지 쏜살같이 물 위로 내려앉는다. 곧이어 뒤를 따르던 갈매기 무리가 동시에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바다는 갈매기의 각축장으로 변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갈매기는 바다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거나, 가끔 한강 다리 위에서 느긋하게 전망을 즐기고 있는 모습만 볼 뿐이다. 물론 한강유람선과 배 위에서 새우깡 하나에 거지 떼처럼 몰려드는 갈매기들도 있다. 하지만 이날 지켜본 갈매기는 그렇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앞다퉈 안개를 뚫고 바다로 뛰어들었고 먹이를 먹기 위해 동료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우리 경제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경제 앞을 가로막은 자욱한 안개가 미래를 내다보기 어렵게 한다. 환율은 뛰고, 물가도 오르고, 일자리 감소로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먼바다만 응시하고 앉아 있는 갈매기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출렁이는 바다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곳을 향해 뛰어드는 한 마리 갈매기처럼 용기를 내어볼 시간이다. 희망은 갈구하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