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산불감시원에 응시한 60대가 체력검정 도중 심장마비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의료장비 등을 배치하지 않은 자치단체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4민사단독 김진희 부장판사는 대구 수성구 산불감시원 체력시험에서 숨진 A(당시 66세)씨 유족이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 10월 18일 오후 1시 42분쯤 산불감시원 채용시험이 진행된 수성구 고모동 수성패밀리파크 내 산책로에서 체력검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그는 15㎏의 등짐펌프를 메고 산책로 1㎞구간을 20분 안에 들어와야 하는 시험을 13분 만에 마친 뒤 4~5분간 휴식하던 상태였다.
A씨가 쓰러지자, 체력검정 관계자는 119로 신고했고 다른 지원자 2명이 A씨에게 곧바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이후 12분 뒤인 오후 1시54분쯤 119가 도착해 전기자극으로 심장 박동을 회복시키는 제세동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그러나 A씨는 같은날 오후 2시 48분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성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A씨가 쓰러졌을 때 시험장에는 자동 제세동기가 있었지만 평소 관리하지 않아 가져오는데 10분 이상 걸려 사용하지 못했다. 또 산림청 산불감시원 운영규정에는 체력검정평가 때 구급차와 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사와 응급의료 장비를 배치하도록 돼 있으나, 수성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산불감시원 체력검정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점을 들어 수성구가 안전사고 발생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A씨 사망 이전인 2019~2021년, 산불감시원 응시자가 체력시험 도중 심장마비로 숨진 사고는 4건이나 됐다.
김 부장판사는 “응급구조사 등을 배치하도록 한 산림청 운영규정은 행정규칙이라 지키지 않는다고 해 위법은 아니지만 자치단체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므로 대비할 의무가 있다”면서 “A씨의 평소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수성구에 20%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성구는 A씨의 부인에게 1,493만 원, 자녀 2명에게 각각 728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